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상위 1%가 총소득 23.5% 차지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등록 2011-12-08 21:08

미 소득격차 확대
소득 불평등 커지면
월가 거물들 힘 커지면서
탈규제 가속화하고
결국 금융 위기 낳아
반복되는 위기 ‘화이트스완’ 시대 ③ 위기의 희생양 중산층

“1929년 소득이 가장 높은 5%가 미국인 전체 소득의 3분의 1을 가져갔다. 부자들이 이자와 배당, 임대료로 챙긴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차 세계대전 이후와 견주면 2배나 많아졌다. 높은 소득 불평등은 사치스러운 소비 지출이나 높은 투자에 의존한다. 이는 1929년 증시의 폭락 소식에 (경제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했다.”

미국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54년에 쓴 명저 <대폭락>에서 대공황이 지나친 소득 불균형에서 비롯했다고 설파했다. 소득 격차의 확대가 위기의 결과가 아니라 위기의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대공황이 지난 지 8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세계 경제 위기를 맞아 그의 이런 분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도 소득 불균형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그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미국 전체 소득이 지나치게 부유층에 편중되면서 중산층이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가계부채를 떠안게 됐다”며 “이로 인해 금융거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1960년대만 해도 미국의 가계부채는 가구 소득의 55%에 불과했으나 2007년 무렵엔 13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인의 평균 임금은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거의 오르지 않았다. 평균 임금은 2000년대 들어선 되레 줄어들었다. 소득이 늘지 않자 사람들은 은행에서 빚을 끌어다 소비에 썼다. 소득의 하락이 부채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으로 늘어난 총소득의 거의 대부분이 고스란히 상류층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 통계를 보면 소득 상위 1%가 미국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5%에 이른다. 상위 1%의 총소득 비중은 1970년대 8%대까지 떨어졌으나, 30여년이 지나서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소득 불균형의 확대는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 데이비드 모스 하버드대 교수는 “빈부간 소득격차와 정부의 규제완화 그리고 금융 위기의 사이클이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 월가(금융) 거물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탈규제가 가속화하고, 결국 금융 위기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는 탈규제와 이로 인한 금융거품은 다시 소득 불평등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는다. 그는 저서 <폴트라인>에서 “1975년엔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을 비교한 10분위 배율이 3이었으나 2005년엔 5 이상으로 커졌다”며 “정부가 이런 소득 불평등의 확대를 누그러뜨리려 저소득 계층도 집을 살 수 있도록 신용을 확대한 게 금융 위기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미셸 아글리에타 파리10대학 교수나 자크 사피르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 등도 중산층 이하 계층의 실질 소득 정체와 이로 인한 소득 불평등의 확대를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위기 해법엔 소득 불균형 해소도 포함돼 있다. 라이시 교수는 “경제의 왜곡, 소득 불균형 심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악몽에 시달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단독] 해태? 빙그레!...부라보콘의 ‘콘’이 바뀌었다 1.

[단독] 해태? 빙그레!...부라보콘의 ‘콘’이 바뀌었다

키즈카페 안전사고 급증…‘방방 놀이터’ 골절·타박상 주의 2.

키즈카페 안전사고 급증…‘방방 놀이터’ 골절·타박상 주의

한은 ‘엔캐리 자금 2천억달러 청산 가능성’…글로벌 금융시장 폭탄되나 3.

한은 ‘엔캐리 자금 2천억달러 청산 가능성’…글로벌 금융시장 폭탄되나

‘시골의사 박경철’ 주식도사가 객장을 떠난 까닭은? 4.

‘시골의사 박경철’ 주식도사가 객장을 떠난 까닭은?

한은 총재의 부동산·가계대출 해법?…“사람들 서울 떠나게 해야” 5.

한은 총재의 부동산·가계대출 해법?…“사람들 서울 떠나게 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