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도심에 있는 시청 근처 ㅍ아파트. 지난 7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집주인한테서 페이스북을 통해 받은 비밀번호로 현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4층 출입문에 달린 상자를 열었더니 아파트 열쇠가 있었다. 약 100㎡(30여평) 가정집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에어비앤비 누리집(airbnb.com)에서 하루 115달러(약 13만원) 하는 이 아파트를 골랐다. 비슷한 크기 근처 호텔은 250~300달러였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니 집주인이 페이스북으로 연락해왔고 비밀번호를 일러줬다. 주인 없는 미국인 아파트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신기했다. 집주인인 제시카 존슨(29)은 “건축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을 하는데 지난해 9월부터 집을 비울 때면 빈방을 빌려준다”며 “수입도 쏠쏠한데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의미도 있어서 에어비앤비를 앞으로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어비앤비 본사에는 100여명이 일한다. 이 회사 몰리 터너 홍보책임자는 “단기 계약직까지 직원이 200여명에 이른다”며 “집주인들은 온라인으로 일자리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공유경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에드윈 리 시장은 지난 3월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유경제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에어비앤비 등 기업들, 셰어에이블(Shareable) 같은 비영리단체(NPO)들과 공공부문인 시를 망라한 조직이다. 샌프란시스코시 간부인 제이 네이스(37) 사회혁신분야 책임자는 “공유경제는 성장의 한계에 이른 자본시장에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SNS) 등을 활용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틈새시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파트 같은 공간만이 아니다. 승용차·옷 같은 물건, 구인·구직 같은 무형의 정보도 나눈다. 차량을 회원끼리 이용하는 지프카(Zipcar.com)는 싼값에 차량을 빌려 탈 수 있는 것과 함께 내가 이용하지 않을 때 차량을 빌려줘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차량을 독점하지 않고 주차해두는 시간에 남이 이용하는 카 셰어링이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지프카’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온라인 인력시장 ‘태스크래빗’(taskrabbit.com)은 구직자들과 구인자들을 연결하는 창구다. 손재주 있는 사람이 소개글과 희망 임금을 웹사이트에 올리면, 작업 내용과 임금을 올려둔 구인자들을 웹사이트가 자동으로 연결한다. 실직자나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는 시민들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헤이스밸리 공원 옆 주차장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종업원들이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기존 업체들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호텔업계는 에어비앤비를 견제하려 온라인에서도 영업 제한구역을 설정하고 세금을 물리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자동차업계는 지프카 등장 이후 시간제 대여 상품을 내놓았다.
오프라인에서도 ‘공유경제’라고 일컫는 움직임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뿌리를 뻗고 있었다. 8일 시내 헤이스밸리 공원 옆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컨테이너에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로빈 수는 이곳에서 노점을 하다가 지난해 1월 시의 허가를 받고 컨테이너에서 영업하고 있다. 시는 자전거 대여점 등을 하는 컨테이너 4개도 더 허용했다. ‘고용 창출’을 위해서였다. 아이스크림가게 종업원은 “시에 임대료를 주고 10여명의 종업원이 돌아가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공유경제 시도가 곳곳에서 실험대에 올랐다. 인터넷 민박 정보업체 ‘코자자’, 식사를 함께하는 ‘집밥’, 정장을 기부받아 면접자들한테 빌려 주는 ‘열린옷장’, 서로 책을 빌려 보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등이 닻을 올렸다.
공유경제에 주목해온 코업(co-up.com)의 양석원 대표는 “공유경제는 개인의 소유물을 공유하면서 자투리 노동시간을 활용해 단기 노동을 하거나 인터넷 기반을 이용한 새로운 일자리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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