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미흡과 회사채 폭탄돌리기로 동양그룹이 시장에 쏟아낸 2조원 가량의 기업어음과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낮 서울 중구 을지로 동양증권 건물로 직원이 드나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양증권·동양자산운용 등
기업어음·회사채 460억원 사주고
계열사에 자금 2330억원 빌려줘
기업어음·회사채 460억원 사주고
계열사에 자금 2330억원 빌려줘
동양그룹은 2010년 완전 자본잠식 이후 진행된 재무구조 개선 작업 와중에 그룹 금융계열사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도 포착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동양자산운용은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물량의 일부를 법이 허용하는 선까지 사들였다. 이 회사가 운용하고 있는 40여개의 펀드에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자산으로 편입시켰다는 의미다. 해당 펀드들은 대부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라는 점에서, 이런 자산 운용 방식은 투자자와 이해 충돌을 빚을 수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이 동양의 재무위험을 함께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행 법규는 자산운용사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재산으로 계열회사 전체가 출자한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계열사가 발행한 증권(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동양자산운용은 한도액(462억원)까지 계열사 증권을 편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자산운용은 심지어 그룹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던 2010년엔 법규에서 정한 한도를 넘어 계열사 채권에 투자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한도 초과 금액은 최고 31억1000만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은 2010년 당시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한도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한다. 위반 규모가 크지 않아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은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파는 구실을 하고 있다. 22일 현재 시장에 풀린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모두 2조원가량인데, 이 중 1조원어치를 동양증권이 팔았다. 투자부적격 등급 증권도 상당수 포함돼 있지만 동양증권의 영업 수완으로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소매금융에 매우 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구조조정에 실패해 부도 상황에 처할 경우 동양증권을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그룹 밀어주기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전달했지만, 동양증권에선 그룹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질 수 없는 형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그룹 계열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3개월 간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파워 등 그룹 계열사에 빌려준 돈은 2330억원(발생액 기준)에 이른다. 3월 이후에도 동양레저 등과 지속적으로 초단기 자금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8월 들어서만 동양레저는 동양파이낸셜대부와 8차례 자금 대여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그룹의 마이너스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기업어음 발행 관련 규제(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 등)를 도입한 배경에는 특정 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그룹 지원에 나서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었다”며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은 모기업이 위태로워지면 사금고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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