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가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 풀기’ 축소 국내영향
신흥국서 달러 빠져나가
한국까지 영향 파급될수도
미국 금리상승과 동조화
“채권시장 등 대비책을” 지적
신흥국서 달러 빠져나가
한국까지 영향 파급될수도
미국 금리상승과 동조화
“채권시장 등 대비책을” 지적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계획이 19일 발표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금융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기본적으로 미 연준의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또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을 짓눌러왔던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이번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는 미국 통화당국의 노력이 결실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내년에도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개선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지역이나 국가별로 편차가 클 것 수도 있다. 이런 대외 경제여건 변동에 대비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에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외환 쪽에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로 마감했다. 주식과 채권 시장과는 달리 외환시장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리가는 것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이다.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화의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상대로적으로 원화가치는 당분간 절하(환율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11월까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7% 이상 절상된 점을 고려하면 완만한 환율 상승은 바람직한 흐름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수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양적완화의 충격이 다가오는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이제 출발 단계이다. 열앞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추가적인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일정 등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출렁일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줘 간접적으로 국내 금융시장까지 파급 영향권에 들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허찬국 충남대 교수(무역학)와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경제학회에 발표한‘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금리, 환율, 자본유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2011년 이후의 최근 까지의 미국과 국내 금융지표의 시계열 자료를 바탕으로 모형분석을 한 결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초기에 국내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자본유입 감소를 넘어 순유출되는 경우까지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우리 경제 전반에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보고서는 미국발 충격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파급 영향 가운데 금리 상승을 가장 큰 잠재위험 요소로 꼽았다.국내경제상황의 중요한 잠재적 취약요인은 가계 및 일부 기업의 높은 부채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외부자본 유입이 시중유동성을 늘려 저금리 여건을 조장하면서 부채확산에 기여했는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이런 상황을 일시에 반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허찬국 교수는“자본유출에다 미국과의 금리 동조화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이미 부채상환 부담이 거의 임계점에 달한 가계와 그동안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한 공기업, 현금흐름 악화를 겪고 있는 기업 등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채권시장에서 한시적 거래세 부과 등 급격한 자본유출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잠재적 취약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조기원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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