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안 그린테크놀로지에 입점한 한 업체의 휴대폰 부품 생산 컨베이어벨트가 작동을 멈춘 채 서 있다. 류이근 기자
[탐사기획] 하청업체 울리는 ‘악마의 대출’
경기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반월공단은 휴대전화 부품인 ‘연성 인쇄회로기판’(FPCB) 생산의 국내 메카이다. 회로기판의 70~80%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의 2차 하청업체인 그린테크의 하청업체 한국강성은 그린테크의 부도 이후 공장을 멈춰 세웠다. 피해액 8억원으로, 피해 업체 93곳 중 가장 많다. 한때 40명이 일하던 회사에는 직원 3명만 남았고, 160평의 공장은 텅 비어 있다. 유진형 한국강성 기술이사는 “살길을 찾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강성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국강성처럼 그린테크의 부도로 돈을 받지 못하는 3차 하청업체는 총 93곳,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돈 못 받은 3차하청업체 93곳
4차 하청업체는 최소 163곳
안산 1204곳 외담대 1344억에 발목 3차 아래 4차 하청업체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국강성의 하청업체인 오플렉스는 740만원을 받지 못했다. 절대 액수는 크지 않지만, 오플렉스의 월 매출이 50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결제를 미루는 원청업체가 한국강성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석훈 오플렉스 사장은 “한국강성 외에 4곳이 더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그린테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들이다. 돈 흐름이 막히자 오플렉스 역시 부자재업체에 제때 결제해주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에 줘야 할 돈이 각각 440만원, 200만원 밀려 있다. 안산공단에 휴대전화 부품 원자재를 납품하는 한 업체는 올해 들어 모두 22억원을 받지 못했다. 그린테크의 부도로 피해를 입은 4차 하청업체는 <한겨레>가 파악한 곳만 163곳, 피해액은 2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피해 업체 총 93곳 가운데 45곳만 응답한 결과여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노동자들도 짐을 싸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업계 특성상 숙련 노동자들의 존재가 필수적이지만 이들은 “희망이 없다”며 공장을 떠나고 있다. 2년 동안 한국강성에서 생산 총괄을 맡은 신민우(35)씨도 지난 5월 말 회사를 나왔다. 함께 일하던 중간관리자급 직원 3명도 회사를 그만뒀다. 회로기판에 구멍을 뚫는 일을 하는 티플렉스도 전문인력 30명 가운데 최근 12명을 내보냈다. 공단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구내식당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단에서 구내식당 두 곳을 운영하는 정아무개(50)씨는 최근 식당 한 곳을 정리했다. 정씨는 “손님도 줄었지만, 돈을 주지 않고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다달이 수십만원에서 100여만원씩 돈을 떼먹는 통에 식당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 휴대전화의 판매 부진에 더해, 하청업체에 뿌려진 상당한 규모의 외담대는 반월공단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겨레>에 제공한 ‘안산지역 외담대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안산 지역 중소기업 1204곳이 총 1344억원의 상환청구권이 있는 외담대에 물려 있다. 업체당 1억1100만원가량이다. 원청이 부도나면, 하청이 고스란히 물어내야 할 금액이다. 안산공단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그린테크 다음 타자는 어디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주는 외담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4차 하청업체는 최소 163곳
안산 1204곳 외담대 1344억에 발목 3차 아래 4차 하청업체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국강성의 하청업체인 오플렉스는 740만원을 받지 못했다. 절대 액수는 크지 않지만, 오플렉스의 월 매출이 50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결제를 미루는 원청업체가 한국강성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석훈 오플렉스 사장은 “한국강성 외에 4곳이 더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그린테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들이다. 돈 흐름이 막히자 오플렉스 역시 부자재업체에 제때 결제해주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에 줘야 할 돈이 각각 440만원, 200만원 밀려 있다. 안산공단에 휴대전화 부품 원자재를 납품하는 한 업체는 올해 들어 모두 22억원을 받지 못했다. 그린테크의 부도로 피해를 입은 4차 하청업체는 <한겨레>가 파악한 곳만 163곳, 피해액은 2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피해 업체 총 93곳 가운데 45곳만 응답한 결과여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노동자들도 짐을 싸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업계 특성상 숙련 노동자들의 존재가 필수적이지만 이들은 “희망이 없다”며 공장을 떠나고 있다. 2년 동안 한국강성에서 생산 총괄을 맡은 신민우(35)씨도 지난 5월 말 회사를 나왔다. 함께 일하던 중간관리자급 직원 3명도 회사를 그만뒀다. 회로기판에 구멍을 뚫는 일을 하는 티플렉스도 전문인력 30명 가운데 최근 12명을 내보냈다. 공단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구내식당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단에서 구내식당 두 곳을 운영하는 정아무개(50)씨는 최근 식당 한 곳을 정리했다. 정씨는 “손님도 줄었지만, 돈을 주지 않고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다달이 수십만원에서 100여만원씩 돈을 떼먹는 통에 식당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 휴대전화의 판매 부진에 더해, 하청업체에 뿌려진 상당한 규모의 외담대는 반월공단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겨레>에 제공한 ‘안산지역 외담대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안산 지역 중소기업 1204곳이 총 1344억원의 상환청구권이 있는 외담대에 물려 있다. 업체당 1억1100만원가량이다. 원청이 부도나면, 하청이 고스란히 물어내야 할 금액이다. 안산공단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그린테크 다음 타자는 어디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주는 외담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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