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ABS·동승자 에어백 등 창의성으로 ‘세계최초’ 일궈
창업자 친인척 ‘입사금지’…혈연 아닌 인성·능력 우선
창업자 친인척 ‘입사금지’…혈연 아닌 인성·능력 우선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② 혼다
일본 도쿄에서 차를 타고 북쪽 도치키현으로 2시간쯤 가다 보면, ‘트윈링 모테기’라는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난다. 일본의 3대 자동차메이커인 혼다가 지난 1998년 만든 곳이다. 여기에서 각종 시승코스와 레이싱 경기장, 제품과 기술개발 역사를 전시한 혼다 컬렉션, 안전운전 체험장 등을 둘러보면 혼다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혼다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꿈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사람에게 좀더 편하고, 안전하며,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 혼다 사람들의 꿈이다. 혼다가 지난 98년 마련한 ‘비전 2010’의 최종 목표는 ‘사회적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혼다는 1948년 자전거에 보조엔진을 달아 사업을 시작한 뒤, 모터사이클과 모터보트, 자동차에 이어 걸어다니는 로봇과 제트항공기 시작품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을 만들기’를 업으로 삼는 기업이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선 후발주자이면서도 ‘남 따라하기’가 아니라 고집스럽게 독자적인 제품과 기술개발로 승부를 거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 대기환경보전법을 처음으로 충족한 자동차엔진, 미끄럼방지 제동장치(ABS), 동승자 에어백시스템 등 혼다에는 ‘세계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제품과 기술들이 수두룩하다. 독자기술에 대한 혼다의 집념은 2004년 연구개발비가 4677억엔(현재 환율기준 4조2654억원)으로 전체 매출 8조2601억엔(약 78조9천억원)의 6%에 이르는데서 잘 드러난다. 전세계 연구개발 인력도 1만3천여명으로 전체 인력의 10%나 차지한다.
혼다는 이런 제품과 기술개발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고 늘 강조한다. 사람에게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제품 개발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간존중의 정신은 혼다의 기업문화, 또 혼다 사람들의 일상활동에 고스란히 베어 있다. 대학졸업 후 곧바로 혼다에 입사해 23년째 몸담고 있다는 이마자토 야스히로 혼다코리아 이사는 “혼다에서 일하면 인간존중을 귀에 목이 박히도록 듣게 되고 일상적인 업무나 인사에서 ‘자율, 평등, 신뢰’의 세가지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면서 인간존중의 이념을 구현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독특한 혼다 기업문화의 하나로 ‘와이가야’를 소개했다. 시끌벅적하게 떠든다는 일본말 의성어인 ‘와이와이, 가야가야’에서 나온 용어이다. 혼다의 공장이나 사무실에서는 어디를 가나 몇사람이 모여서 서로 떠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사소한 문제라도 토론을 벌여 함께 풀어나간다는 게 ‘와이가야’ 문화이다. 혼다 사람들은 ‘사회적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생산, 판매, 서비스 현장에서 시끌벅적 떠들면서 일한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되는 문화를 바탕으로 혼다의 힘이 결집된다”고 이마자토 이사는 설명했다.
혼다의 기업지배구조와 인사시스템도 독특하다. 혈통이나 학벌, 인맥 등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의 인성과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의 솔선수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혼다 관계자들은 말한다. 소이치로는 지난 73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개인 지분을 모두 회사 직원들에게 무상증여하고, 자녀 뿐만 아니라 친척에게도 혼다 입사를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현재 혼다의 지분구성을 보면 개인이든 회사든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없다. 혼다 임원 가운데 혼다 성을 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혼다 관계자들에게 매출이나 이익 같은 실적지표를 물으면 잘 모른다.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혼다는 창업 이후 58년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마다 우리돈으로 4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도 안정적이다. 혼다주의가 어떻게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은 일반기업의 논리와 병행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회장의 어록에서 찾을 수 있다. “제품은 거짓말을 못한다. 혼다에서 한 일은 혼다의 제품에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는 혼을 담아 만든 작품을 시장에 내놓을 뿐이다. 우리의 제품은 혼다의 진실을 보여준다.”
도쿄/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혼다는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29개국에 120개 생산 및 판매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기업이다. 사진은 미국 이스트리버티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 혼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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