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소비재기업 피앤지는 철저한 시장조사에 기반한 브랜드 마케팅과 독특한 인재 육성 정책으로 세제·유아용품·여성용품 등의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사진 왼쪽 배경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자리잡은 피앤지 본사다.
유아·여성·두발·세제 등 핵심사업 집중
‘신입사원 키워 사장으로’ 인재경영 강점
‘신입사원 키워 사장으로’ 인재경영 강점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⑦ P&G ‘아이보리, 위스퍼, 팬틴, SK-Ⅱ, 페브리즈...’ 누구나 한번은 접해봤을 이런 상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1837년에 설립된 미국 소비재 회사 프록터 앤드 갬블(피앤지)가 내놓은 물건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당연히 떠오르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왜 아이보리 비누는 아는데 피앤지는 몰랐을까? 이를 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마케팅의 산실’로 불리는 피앤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동서간인 프록터와 갬블이 세운 피앤지는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남북전쟁 시기 북군에게 양초를 팔아 성공을 거둔 이 회사는 전후 위기에 봉착했고, 그 돌파구는 ‘아이보리’ 비누였다. 특별한 상품명 없이 ‘하얀 비누’ 식으로 파는 것이 일반적이던 1879년 피엔지는 새 비누에 ‘아이보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99 44/100%의 순도’ ‘물에 뜹니다’라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후 합성세제 ‘타이드’, 종이기저귀 ‘팸퍼스’, 감자칩 ‘프링글스’ 등으로 이어지는 피앤지의 브랜드 마케팅은 ‘제품의 상품력 뿐만 아니라 개인의 감성과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만든다’로 요약된다. 다양한 선택권이 있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질’은 기본에 불과할 뿐, 개인들이 ‘사랑하고 찾아나서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피앤지가 세운 현대 마케팅의 원칙이다. “피앤지는 세계 최초로 브랜드 매니저 개념을 도입해, 상품 하나 하나가 독립채산제로 별도의 기업처럼 행동합니다.” 한국피엔지 최병욱 이사는 “내부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획득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
피앤지는 경력직을 뽑지 않고 신입 사원을 키워 사장으로 만드는 ‘인재 경영’으로 유명하다. 피엔지의 모든 직원은 한해 200시간 교육을 받는데, 주로 내부 강사가 참여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장이 직급이 낮은 사원에게 배우기도 하고, 사원도 일정 직급 이상 되면 의무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피앤지가 인재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장이다. 전세계 피엔지는 공석이 발생할 경우 전세계 계열사 안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한국에서의 직급은 미국에서도 그대로 인정받는다. 김상현 한국피엔지 사장 역시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그 나라의 기저귀와 탈취제 담당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피앤지는 89년 서통과의 합작사로 출발한 이래 날개달린 생리대 ‘위스퍼’, ‘팬틴’등을 내놓으며 꾸준히 커왔다. 93년 서통과 결별했고, 97년 쌍용제지를 인수했다. 쌍용제지 인수 뒤 어려움도 있었으나 최근 김상현 사장의 취임 이후 ‘헤드앤숄더’ ‘페브리즈’ 등 새 브랜드가 약진을 거듭해 경쟁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본에 충실하고, 소비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소비재 기업의 기본”이라며 “앞으로도 피엔지는 최고의 소비자 조사 노하우와 거리로 달려나가는 현장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아이디어의 민주주의가 성장 비결”
김상현 한국P&G 사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