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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객취향 파고드는 브랜드로 전세계 욕실 점령

등록 2006-01-04 19:05수정 2006-01-17 16:23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소비재기업 피앤지는 철저한 시장조사에 기반한 브랜드 마케팅과 독특한 인재 육성 정책으로 세제·유아용품·여성용품 등의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사진 왼쪽 배경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자리잡은 피앤지 본사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소비재기업 피앤지는 철저한 시장조사에 기반한 브랜드 마케팅과 독특한 인재 육성 정책으로 세제·유아용품·여성용품 등의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사진 왼쪽 배경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자리잡은 피앤지 본사다.
유아·여성·두발·세제 등 핵심사업 집중
‘신입사원 키워 사장으로’ 인재경영 강점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⑦ P&G

‘아이보리, 위스퍼, 팬틴, SK-Ⅱ, 페브리즈...’

누구나 한번은 접해봤을 이런 상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1837년에 설립된 미국 소비재 회사 프록터 앤드 갬블(피앤지)가 내놓은 물건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당연히 떠오르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왜 아이보리 비누는 아는데 피앤지는 몰랐을까? 이를 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마케팅의 산실’로 불리는 피앤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동서간인 프록터와 갬블이 세운 피앤지는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남북전쟁 시기 북군에게 양초를 팔아 성공을 거둔 이 회사는 전후 위기에 봉착했고, 그 돌파구는 ‘아이보리’ 비누였다. 특별한 상품명 없이 ‘하얀 비누’ 식으로 파는 것이 일반적이던 1879년 피엔지는 새 비누에 ‘아이보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99 44/100%의 순도’ ‘물에 뜹니다’라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후 합성세제 ‘타이드’, 종이기저귀 ‘팸퍼스’, 감자칩 ‘프링글스’ 등으로 이어지는 피앤지의 브랜드 마케팅은 ‘제품의 상품력 뿐만 아니라 개인의 감성과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만든다’로 요약된다. 다양한 선택권이 있는 현대 소비자들에게 ‘질’은 기본에 불과할 뿐, 개인들이 ‘사랑하고 찾아나서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피앤지가 세운 현대 마케팅의 원칙이다.

“피앤지는 세계 최초로 브랜드 매니저 개념을 도입해, 상품 하나 하나가 독립채산제로 별도의 기업처럼 행동합니다.” 한국피엔지 최병욱 이사는 “내부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획득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
70~80년대를 거치며 피엔지의 제품은 아시아, 중부유럽, 동부유럽, 중국 등 전세계의 욕실로 뻗어나갔고, 90년대 이후 피엔지는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더불어 유아·여성·두발·세제 네 가지의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피앤지는 경력직을 뽑지 않고 신입 사원을 키워 사장으로 만드는 ‘인재 경영’으로 유명하다. 피엔지의 모든 직원은 한해 200시간 교육을 받는데, 주로 내부 강사가 참여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장이 직급이 낮은 사원에게 배우기도 하고, 사원도 일정 직급 이상 되면 의무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피앤지가 인재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장이다. 전세계 피엔지는 공석이 발생할 경우 전세계 계열사 안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한국에서의 직급은 미국에서도 그대로 인정받는다. 김상현 한국피엔지 사장 역시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그 나라의 기저귀와 탈취제 담당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피앤지는 89년 서통과의 합작사로 출발한 이래 날개달린 생리대 ‘위스퍼’, ‘팬틴’등을 내놓으며 꾸준히 커왔다. 93년 서통과 결별했고, 97년 쌍용제지를 인수했다. 쌍용제지 인수 뒤 어려움도 있었으나 최근 김상현 사장의 취임 이후 ‘헤드앤숄더’ ‘페브리즈’ 등 새 브랜드가 약진을 거듭해 경쟁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본에 충실하고, 소비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소비재 기업의 기본”이라며 “앞으로도 피엔지는 최고의 소비자 조사 노하우와 거리로 달려나가는 현장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아이디어의 민주주의가 성장 비결”

김상현 한국P&G 사장
김상현 한국P&G 사장
김상현 한국P&G 사장

김상현(사진) 한국피앤지 사장은 피앤지 인재 경영의 성공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와튼 스쿨을 졸업한 뒤 피앤지 본사에 취직한 그는 26살이었던 89년 신설된 한국피앤지(당시 서통피앤지)의 마케팅 담당 이사라는 중책을 맡았다. 여학생들에게 무료 생리대 견본을 대대적으로 뿌려 화제를 일으킨 ‘위스퍼’ 마케팅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피앤지 인재 양성의 비결을 ‘직원 모두를 미래의 리더라 생각하며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신입사원에게 보조 업무를 맡기는 대부분의 기업과 달리 업무를 세분화해서라도 특정 분야의 책임을 지우는 ‘피앤지식 사람키우기’를 통해 4~5년 만에 한 상품을 책임지는 ‘브랜드 매니저’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인재 사관학교라는 말이 달갑지만은 않다”며 “엄격한 규율과 수직적 인간관계과 연상되는 사관학교와 달리, 우리는 ‘아이디어의 민주주의’를 위해 서로 존칭을 쓰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고 말했다.

2003년 7월 김 사장이 취임한 이래 회사 분위기는 좋다. 97년 쌍용제지 인수 뒤 1위 자리를 뺏겼던 생리대 부분은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6% 가량 올라갔고, 비듬샴푸나 섬유탈취제 등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에스케이Ⅱ 등 고가 화장품에서 나오는 수익도 쏠쏠하다.

김 사장은 “쌍용제지라는 큰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조직을 정비하느라 몇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다시 소비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굉장히 까다로운 대신 마케팅에도 빠르게 반응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모바일 기술이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서도 첨단을 달리는 나라라 피앤지 본사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한국 인재들도 우수하기로 유명해, 현재 전 직원의 25%에 달하는 60여명이 외국 피앤지 계열사에서 동일한 직급을 인정받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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