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장벽 철강업계 험로 예상
미 의존도 높은 현대·기아차 비상
트럼프, 멕시코산 고관세 선언
현지공장 둔 삼성·LG전자 타격
업계 “대화채널 빨리 가동해야”
미 의존도 높은 현대·기아차 비상
트럼프, 멕시코산 고관세 선언
현지공장 둔 삼성·LG전자 타격
업계 “대화채널 빨리 가동해야”
‘트럼프 쇼크’가 한국 수출기업을 덮친 가운데 업종별로 영향이 달라 대응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수출기업들의 멕시코 공장이 ‘뇌관’이 되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표적인 규제 대상으로 언급한 게 철강금속 업종이다. 올 9월말 기준 미국이 내린 총 353건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가운데 철강제품 수입규제가 40%를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규제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철강업체 생산량의 절반이 수출된다. 이중 미국 수출은 13%이지만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강재 비중이 크다. 미국 철강업계의 압력으로 관세 장벽이 계속 높아져 왔던 터라 포스코 등 한국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열연·냉연 강판 등에 대해 올해 최대 60%가 넘는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이로 인해 지난달까지 대미 철강 수출은 20% 가까이 줄었다.
자동차와 가전업계는 강화된 무역규제와 ‘멕시코 쇼크’라는 이중의 짐을 지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는 현대·기아차 물량이 미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물량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합해 전체 생산량의 15%가 미국과 연관이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미국 의존도가 더 높은 25%에 이른다. 트럼프 당선 뒤 멕시코 공장을 보유한 기아차가 가장 큰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포드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면서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 35%를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연산 40만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완공한 기아차는 이곳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80% 정도를 미주 지역으로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경우 관세 부담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7%, 기아차는 11%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정책과 기조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는 북미 수출 전진기지로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에서 텔레비전과 모니터를, 께레따로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텔레비전 가운데 대부분은 미국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엘지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에서 텔레비전을, 몬테레이에서 냉장고를 만들어 미국으로 보낸다. 엘지전자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공장을 지난 2000년 설립해,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무관세 조항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왔다.
대응책과 관련해 유세기간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산업 정책과 기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화 채널을 빨리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트럼프가 선거기간 정치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색채를 강하게 띄었고 앞으로 정책 기조도 미국 기업 위주로 갈 것은 분명하지만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산 자동차 수출도 늘었다”며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날 전경련회관에서 ‘28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었다. 한미재계회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안보협력 지속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공헌할 것”이라며 “한미FTA가 양국 교역투자 확대와 신사업 기회 창출의 기반”이라고 밝혔다.
고나무 홍대선 이완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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