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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트럼프 당선자의 우울한 메시지

등록 2016-11-16 11:08수정 2016-11-16 12:00

보호무역 등 강조해 세계경제에 큰 걱정거리…한국엔 또다른 불확실성
“정치적 위임을 받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경제학의 법칙을 폐기할 수는 없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15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환율 공약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후보 시절 발언이 경제학원리로 볼 때 웃긴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통화가치를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그릇된 전제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또한 트럼프가 현실을 모르고 한 발언이라고 서머스 전 장관은 말한다. 그는 “중국이 예전에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환율을 조작했다(=통화가치를 떨어뜨렸다)고 할 만한 합리적 논거가 있지만 지난해에는 환율을 떠받치기(=통화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서머스가 트럼프 대항마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스럽게도 트럼트 당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요동치던 국제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을 찾은 것 같다. 트럼프 선거공약 가운데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대목에 주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다시 난기류가 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 공약이 무역전쟁을 부르고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경제자문회의(CEA) 위원을 지낸 사람들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가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월스트리트 저널>이 3개월 전 생존한 45명의 전직 자문위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들(23명)조차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고 반대하는 사람은 6명이나 됐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이름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 교수(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 보좌)는 “트럼프는 일관된 경제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무역체제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 달리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경제전문가들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선거 며칠 전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20명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들의 트럼프 비판은 여전히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그의 경제공약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조정될 대목이 있겠지만…. 우선 통상정책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게 큰 걱정을 사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 등의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대립으로 이어져 국제교역 질서에 격랑을 일으킬 수 있다. 안그래도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제교역 신장세는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말이다. 대내 경제정책 또한 논란의 소지가 크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는 국가채무를 늘리면서 빈부격차를 덧낼 개연성이 높다. 또 규제완화 등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의 재기를 돕겠다는 발상은 시대 흐름과 거리가 있다. 강력한 이민 통제는 트럼프가 내세운 4% 성장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4% 목표 자체가 무리인데다 이민 통제는 노동력 공급의 축소를 불러올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트법을 폐지하겠다는 주장 역시 금융위기의 교훈을 잊었다는 얘기여서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대목이 없지 않다.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등은 감세와 함께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보호주의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성장률이 올해까지 5년째 장기 평균치(1990~2007년)를 밑돌고 있는 세계경제에는 상당한 악재다.

특히 우리경제에 주는 영향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언제쯤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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