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나선 재벌총수 어떤 말 했나
대가성 부인…곤란하면 “기억 안나”
정몽구 “회사 규모 워낙 커 내용 몰라”
조양호 “안종범, 고영태 친척 승진 청탁”
대가성 부인…곤란하면 “기억 안나”
정몽구 “회사 규모 워낙 커 내용 몰라”
조양호 “안종범, 고영태 친척 승진 청탁”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 총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청문회장에 앉았다. 의원들 질의는 초반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한테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쏟아지는 질문에는 “송구스럽다. 잘못됐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의원들의 집중포화에 핵심을 비껴간 답변으로 이 부회장이 어물쩍 넘기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이냐. 나이 50살도 안 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마치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한 이날 청문회에서 이 회장이 “송구하다”는 말을 반복하자 누리꾼들은 ‘송구재용’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한 대기업 회장들이 많았다. 곤란한 질문에는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거나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식의 상투적인 말로 답변을 피해갔다. 일부는 책임 떠넘기기성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총수들은 검찰 수사나 언론을 통해 확인된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출연이 청와대의 강요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게 기업인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 중 가장 고령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은 국회 인근에 의료진과 응급차를 대기시켜 응급 상황에 대비했다. 김성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은 이들을 고려해 “용무가 급하신 분은 위원장 허락을 받아 용무를 보셔도 된다”고 안내했다.
정 회장은 마이크를 가까이 대지 않거나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아 의원들이 재차 질문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정 회장은 바로 곁에 최창묵 변호사를 두고 도움말을 받는 식으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해재단 청문회 때 선친이신 정주영 회장이 ‘내라고 하니까’ 이런 명언을 남겼다. 최순실 공소장을 보면 뜯긴 것 아니냐”고 묻자, 정 회장은 “처음 듣는 얘기다. 사실이면 사정이 있어 그런지 모른지만, 일단 생각은 해보겠다”고 넘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상대적으로 명료하게 답변하는 편이었다. 구본무 회장은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은 전경련 해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뒤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그냥 각 기업간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라고 말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청문회가 이어지면서 건강이나 나이 문제로 ‘조퇴’하는 이들이 이어졌다. 저녁 시간 정회 뒤 김성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몽구 회장이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다고 전했다. 정 회장 자리에는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대리로 착석했다. 이어 위원들의 질문이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된 고령자인 구본무 회장과 손경식 회장이 양해를 얻어 귀가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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