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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빛 좋은 개살구’ 되나

등록 2017-01-05 16:17수정 2017-01-05 22:15

정부, ‘피해 3배까지 배상’에 예방효과 기대
“최대 10배까지는 물게 해야 효과” 반론도
‘고의성’ 전제로 단 것도 제도 적용 한계
“집단소송과 함께 도입해야 효과 있을 것”
정부가 인명·신체에 중대 손해를 입힌 제조물 사업자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묻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실제 피해 범위 안에서 배상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제한된 영역에만 도입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징벌적 배상법 입법청원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조물책임법 개정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자체가 기업들에는 상당한 경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예방 효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이미 2011년 징벌적 배상제가 도입된 하도급법의 경우 아직 실제 적용 사례가 한 건도 없다. 법 시행 피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이에 따른 배상을 청구한 소송은 2015년 7월 씨제이(CJ)대한통운의 부당 위탁 취소와 관련한 1건이다. 아직 1심 판결조차 안 나왔다. 공정위는 “징벌적 배상제가 제 기능을 하려면 피해자가 적극 소송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피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보복을 두려워해 눈치를 보고, 법원도 판결에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상 한도 3배도 논란거리다. 참여연대는 “충분한 예방 효과를 거두려면 배상 한도를 무제한으로 하거나 최대 피해액의 10배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피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많지만 수백 배를 물리는 판결도 나온다. 적용 대상을 ‘고의적’으로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로 제한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안은 ‘고의’는 물론 ‘중과실’까지 포괄하고 있다. 정부 안대로 하면 가습기 살균제처럼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징벌적 배상이 불가능해진다.

효과를 높이려면 집단소송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들 일부가 소송을 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동일한 배상을 받는 제도로, 미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소비자 사건은 피해자가 많아도 1인당 피해 규모는 작은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나서야 정부가 뒤늦게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제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배상 한도를 피해액의 최대 10배로 높이고 ‘중과실’ 피해도 포함켜야 하며, 집단소송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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