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기금 관계자들이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보증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지원 성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실하다”는 장우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의 실증분석은 정책 전환과 관련해 던지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중소기업 과보호로 한계기업 양산, 도덕적 해이 등을 낳아 오히려 중소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인 셈이다.
장 연구위원은 “정책자금의 존폐를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무작정 줄이자는 주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정책목표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대한 복지적 관점도 일부 필요하지만, 단순한 선의나 시혜가 아니라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 분명하게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자금을 자꾸 늘리는 방식은 더는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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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잔존율만 높여 2009년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정책자금을 대출받은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종사자 규모·업력·영업손익 규모 등 총 8개 범주로 나눠 살펴봤더니 모든 유형에서 한결같이 지원기업 생존율이 비지원기업에 비해 6.75~11.99%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율이 높은 건 경제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정책자금 목표는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렵거나 성과가 미진한 어려운 기업을 돕자는 것이어서 생존율이 중요하다. 정책효과에서 꼭 영업이익률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낮아진 생산성’을 함께 고려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민 경제의 효율적 자원배분 관점에서 보면 ‘높은 생존율’과 ‘낮은 생산성’의 조합은 한계기업의 잔존을 뜻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장 연구위원은 “기업생태계는 진입과 철수가 역동적으로 일어나야 활력이 있는데, 정책자금이 오히려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자금을 지원받으면 회사가 문 닫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사업 재정비와 혁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더욱이 창업 5년이 안 된 신생기업이 정책자금 혜택을 받은 경우가 줄어드는 반면 15년 이상 된 기업들은 늘어나는 사례는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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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빼먹는 ‘빨대효과’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적 기업관계라는 고질적 시장구조도 ‘정책자금 난맥상’을 가중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하청 중소기업을 따로 추려 정책자금 효과를 분석 중이다. 연구 중간보고에 따르면, 하청 중소업체가 정책자금을 받으면 대기업이 이 사실을 알고서 재빨리 납품단가를 낮춰 빼먹는 ‘빨대 효과’가 발견되고 있다.
정책자금은 중소기업 보호·사회통합·양극화 완화의 관점에서 필요하다.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는 ‘시장실패’에 대한 보완 차원이라는 취지도 있다.
문제는 ‘정책 조준’이다. 정책자금 성과가 부실한 근본 요인은 지원하는 정부기관들이 나눠먹기식으로 배분하는 집행 역량의 무능 탓이 크다. 장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지원받지 못한 기업도 다음 해에는 지원받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올해 적게 받으면 내년엔 많이 받는 식의 정책자금 배분이 만연돼 있다. 이에 대해 중진공 쪽은 “지난해부터 정책자금 운용의 성과지표를 기존의 지원업체 매출액 증가율에서 질적 요소인 영업이익 증가율로 바꿨다”며 “한계기업 연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업종별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융자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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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지적된 정책금융 성과 정책금융 지원을 받은 기업의 재무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대 초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몇 차례 분석이 시도됐고 대부분 “정책목표와 달리 지원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책자금에서 생산성 향상 성과가 나오는 기업이 거의 없다. 매출·고용 등 양적 지표에서 한두개 개선된 기업이 있지만 질적 지표인 영업이익 등에서는 받은 기업이나 안 받은 기업이나 성과가 똑같거나 오히려 받은 기업이 안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금·설비자금뿐 아니라 창업에 쓰는 돈도 사실상 보조금 먼저 따먹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이 2014년에 시행한 분석을 보면, 2009년 정책자금을 받은 광업·제조업 사업체의 2009~2011년 생산성 증가율은 지원받을 확률이 가장 유사한 비지원사업체보다 평균 4.33%포인트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격차는 2011년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으로 환산하면 2조4770억원에 달한다. 장 연구위원은 “어느 기간이든 어느 분석이든 생산성·수익성 측면에서 ‘지원 효과 거의 없음’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 연구위원의 이번 분석은 2003~2015년에 걸쳐 30여만건, 80조원가량을 대상으로 했다. 2015년 현재 분석 대상 정책자금 잔액(보증·대출)은 신용보증기금 20만5천건(46조원), 기술보증기금 7만건(19조원), 중소기업진흥공단 4만3천건(16조원)에 이른다. 정책자금 지원기업과 지원받지 않은 가상 상황에서의 성과 차이를 추정·파악하는 ‘평균처리효과’ 방법을 이용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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