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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트럼프에 휘둘려 불리한 게임 “정부, 협상 전략 새로 짜야”

등록 2017-09-03 23:07수정 2017-09-04 01:37

‘한-미FTA 폐기’ 우리쪽 대응은

미, 대선 때부터 비난강도 높였지만
한국 통상당국은 구체 분석 없이
‘협정, 양국에 호혜’ 논리 되풀이
‘40조원 수입’ 미 달래기 나섰지만
협상난항 때 쓸 ‘카드’ 미리 보인 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협정이 양국에 호혜적”이라는 논리만 앞세워온 우리 통상당국의 전략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통상전문가와 산업계, 국회를 대상으로 협정의 위상과 효과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한 뒤 국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한 뒤 국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결과 브리핑에서 “가장 좋은 협상 결과는 양측이 조금 아쉬워하면서 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을 일부러 좋은 쪽으로 해석·평가한 말이다. 하지만 “개정 협상 이전에 양국이 공동으로 협정 효과 분석부터 해보자”는 우리 쪽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협정 폐기 준비 지시’ 발언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강공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끔찍한 재앙”이라고 비판할 때부터 우리 통상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겠다. 미국의 의도가 뭔지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어 협정 발효 이후 세계 교역은 연평균 3.5% 감소했지만, 협정 덕분에 양국 교역은 연평균 1.7% 증가세를 유지했다며 ‘호혜성’을 강조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난 6월30일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협정 탓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대응이 미국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논리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협정 때문이 아니라면 폐기하더라도 양국 모두 무역에서 큰 손실이 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재협상 논의 출발점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라며 “우리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협정의 양국 호혜성을 주장해도 트럼프에겐 자신의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제조업 도시)의 자동차·철강산업을 만족시킬 희생양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등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30%가량 이미 줄여주는 ‘성의’를 보였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방미 수행 경제인단이 대규모 투자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등 5년간 모두 40조원에 이르는 ‘선물’까지 준비해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노회한 비즈니스 협상가’ 트럼프의 협정 개정 요구를 막지는 못했다. 미국에 이미 많은 것을 내줬음에도 트럼프는 ‘개정’과 ‘폐기’를 번갈아 언급하며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써먹을 카드를 미리 성급히 써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2016년 277억달러) 중에 협정의 효과가 어느 정도이고, 협정과 무관한 거시·미시적 경제환경에서 비롯된 요인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협상에 임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양희 교수는 “우리 국민과 통상 전문가 그리고 국회 등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협정의 정책적 목표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트럼프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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