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트럼프 FTA 폐기 압박에 밀려 ‘전면적 개정 협상’ 배제 못해

등록 2017-10-08 20:11수정 2017-10-08 21:06

[뉴스분석] 한-미FTA 개정 사실상 합의

‘협정 효과 공동분석’ 거부 당해
내년초 개정협상 본격 착수할 듯

청와대 “개정협상 시작된 단계 아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함께 양국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함께 양국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착수에 사실상 합의한 가운데, 큰 폭의 전면적 개정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국 사이의 이익 균형에 기반한 자유무역협정이 발효한 지 약 5년 반 만에 ‘무역적자 해소’라는 미국의 전례 없는 불합리한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다소 기이한 개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제2차 특별회기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협정 개정 필요성에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우리 통상당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앞으로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개최, 국회 보고 등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절차 이행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개정협상 착수는 내년 초로 점쳐진다.

개정협상 돌입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협정 폐기’ 서한까지 작성하려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 본부장이 급히 미국을 방문해 지난달 20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났고, 급기야 “제2차 특별회기를 워싱턴에서 열자”고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부터다. 당시 김 본부장은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블러핑(엄포)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폐기 카드까지 내밀며 우리 쪽을 쥐락펴락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과 북한 핵·미사일 사태가 촉발한 안보 위협 앞에서 우리 통상당국이 사실상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22일 열린 1차 특별회기에서 우리가 “개정을 논의하기 이전에 먼저 양국 공동으로 협정의 영향을 조사·분석·평가하자”고 요구했으나, 이 제안도 미국의 거부로 무산됐다. 통상교섭본부는 “이번 2차 특별회기에서 우리 대표단은 ‘지난 5년간의 효과를 분석해보니 관세 철폐 수혜를 미국산 제품이 더 많이 보았다’는 내용을 미국 쪽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작성한 분석보고서를 미국 쪽에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한 채 ‘공동 조사·분석’ 제안을 사실상 접은 셈이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은 2차 특별회기에서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시했고, 우리 쪽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 이슈들’을 함께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공산품·서비스·지식재산권·투자·농산물 등 여러 품목에 걸쳐 개정이 필요한 대목들을 꽤 구체적으로 열거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협정문 개정의 필요성과 목적뿐 아니라 향후 개정협상에서 다루게 될 세부적인 무역분야 의제도 상당 부분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분야·품목에 대한 수정·개정을 넘어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큰 폭의 협정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상위원장)는 8일 “단순히 협정문 일부의 개정협상을 넘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전면 개편해 실질적인 폐기 수준의 구조변경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의약품·지식재산권·농업·서비스시장 등 전반적 분야를 개정하자고 압박하면서 동시에 자동차·철강 등에서 한국의 행동 변경을 무리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수출 지원을 위한 환율개입 금지 조항 도입 등 이른바 ‘트럼프식 자유무역협정 모델’로의 개편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정 착수가 공식화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업종 내부에서 ‘협정 유지 비용’ 지불을 둘러싼 갈등도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협정 존속을 위해 미국에 상당한 수준의 양보안을 제시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탓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에프티에이 폐기’ 압박에 ‘백기 들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한·미 양국은 에프티에이 개정 절차 추진에 합의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단계가 개정협상이 시작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향후 개정협상이 시작되는 경우 관련 부처, 국내 이해관계자 등과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우리 측 개정 관심 이슈를 도출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한화는 왜 매년 100억 들여 불꽃을 쏠까 1.

한화는 왜 매년 100억 들여 불꽃을 쏠까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김대남, 서울보증 감사직 사퇴 2.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김대남, 서울보증 감사직 사퇴

5만원 두 장 붙은 지폐 판매…일련번호 빠른 900세트는 경매로 3.

5만원 두 장 붙은 지폐 판매…일련번호 빠른 900세트는 경매로

삼성전자 개장 5분 만에 또 한 번 ‘5만 전자’로 4.

삼성전자 개장 5분 만에 또 한 번 ‘5만 전자’로

윈-윈이라는 ‘탄력 가격제’, 오아시스는 거부했다 5.

윈-윈이라는 ‘탄력 가격제’, 오아시스는 거부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