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노동이사제 도입뒤 ‘거수기 이사회’ 사라졌다

등록 2018-01-08 07:10수정 2018-01-08 10:18

서울시 노동이사 해외답사단이 2015년 9월21일 응급환자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스웨덴 스톡홀롬공공병원에서 대표이사, 노동이사 등을 만나 공공병원의 우선가치, 노조와 노동이사와의 관계 등을 설명 듣고 있다. 서울시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 제공
서울시 노동이사 해외답사단이 2015년 9월21일 응급환자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스웨덴 스톡홀롬공공병원에서 대표이사, 노동이사 등을 만나 공공병원의 우선가치, 노조와 노동이사와의 관계 등을 설명 듣고 있다. 서울시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 제공
[새해기획] 한 걸음 더+
서울시 산하기관 ‘노동이사’ 1년
노동자 입장 전하며 치열한 토론
타협 끌어내며 노사 상생관계로
지난해 10월12일 서울 답십리동 서울교통공사 이사회. 첫 안건으로 김포도시철도 운영자회사 설립안이 상정되자마자 회의장은 긴장감이 흘렀다. “모회사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파견에 따른 보충인력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박원준(56) 노동이사가 공사 직원의 자회사 파견 방안에 대해 본사 인력 충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동이사의 이사회 참석은 처음이었다. “노동이사님은 노동 관점에서 이야기하지만, 서울시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자회사 설립은 모회사의 활성화와 경영합리화를 위한 것이지, 노동자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교통기획관) 공방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되자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이 타협안을 내놨다. “전체적인 틀만 이번에 통과시키고, 파견인력 문제는 다음 이사회 때 충분히 논의합시다.” 이사들이 모두 동의하면서 겨우 다음 안건 심의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28일에는 공사의 2017년도 마지막 이사회가 열렸다. 노동이사가 두번째로 참석했다. 안건은 새해 경영계획과 3조2천억원 규모의 예산안 처리였다. 하지만 경영계획에 담긴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관계 정립으로 무분규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박희석(58) 노동이사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시대의 표현으로, 노사의 동반자 관계가 강조되는 시대 요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공사 사장은 수정을 약속했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하지만 오랫동안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재벌 소속 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연간 처리하는 안건 4천여건 가운데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비율은 고작 0.07%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노동자 대표인 노동이사의 참석 이후 교통공사 이사회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사외이사인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거수기 역할이나 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면서 참석자들 스스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영 투명성 제고는 노동이사제가 얻을 수 있는 여러 긍정적 효과 중 하나일 뿐이다.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의 한 유형인 노동이사제의 궁극적 목적은 노사협력과 상생이다. 한국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도로 지난해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 처음 도입됐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서울시 노동이사제 도입에 큰 역할을 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노동자를 경영 참여를 통해 협력의 파트너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과 협력으로 전환시키고 공공서비스 개선, 책임경영과 경영투명성 강화, 경제성장 촉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올해 전체 공기업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올해가 노동자 경영참여 확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