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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국내산업 보호 핑계로…3개 대기업 ‘무능 독과점’ 20년 방치

등록 2018-02-05 05:01수정 2018-02-05 08:57

납품 독과점 안주
"기술개발 능력 없었던 게 아냐
신제품 필요성 못 느꼈던 것"
업체 간 품질·가격 경쟁 실종

한전-업체들 유착 논란
"20년간이나…사실상 특혜"
내부서도 "유착 모르는 사람 없어"
한전 "투명하게 입찰"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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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도 한국수력원자력과 마찬가지로 납품 대기업과 유착이 심하다.”

<한겨레>에 효성의 변압기 입찰 담합과 발주처 유착 비리를 내부고발한 김민규 전 효성 차장은 이렇게 털어놨다. 한전이 선진국 회사 제품에 견줘 전력손실이 60% 이상 많은 국산 154㎸ 초고압 변압기를 구매하며 연간 600억원 이상의 국민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20년 이상 방치한 것을 놓고 유착 의혹이 제기된다. 한전 내부의 한 직원도 “한전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납품업체들과 유착돼 떡고물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한전 안에서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폭로했다.

한전은 “변압기 입찰은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유착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한전의 변압기 의혹은 단순한 입찰비리 수준을 뛰어넘어 3~4개 소수 대기업이 20년 이상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독과점체제를 유지해온 더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전이 국산 변압기의 전력손실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구매선을 국외로 다양화해서 업체 간 품질과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첩경이다. 하지만 한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이상 줄곧 국내 산업 보호를 내세워 시장을 닫아놓은 채 외국 변압기에 견줘 성능이 떨어지는 국내 대기업 제품만 구매해왔다. 한전은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한전 같은 발전부문 공기업이 구매하는 변압기는 비양허품목이어서 입찰 자격을 국내업체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전이 국내 입찰을 고수한 수혜는 초고압 변압기 시장을 독과점해온 효성·현대중공업·일진전기 등 3개 대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후발 업체인 엘에스(LS)산전은 2010년 이후 뒤늦게 뛰어들었다. 산업 발전 초기 단계에는 국내 업체의 보호를 위해 대외 개방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20년 이상 소수 대기업을 위해 연간 수백억원씩 국민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계속 방치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전은 변압기가 비양허품목이지만 당국의 의지가 있었다면 국제 경쟁입찰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업체들의 낮은 기술력 때문에 어려웠다고 해명한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독일·일본 등 선진국에 10% 가까이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전력손실이 적은 변압기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은 후발 주자인 엘에스산전이 2015년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개발한 이후다. 엘에스산전의 154㎸ 변압기는 전력손실이 364.2㎾로, 효성의 477㎾, 현대중공업의 492㎾, 일진전기의 512.7㎾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 한전 내부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엘에스산전이 없었다면 변압기 전력손실 문제가 아무 대책 없이 그냥 흘러갔을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의 기술개발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독과점체제에 안주하고, 한전과 유착되어 신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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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변압기 제조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스웨덴계 변압기 제조업체의 임원은 “한전이 변압기 시장을 실질적으로 개방하고, 전력손실이 적은 우수 제품에 대한 구매단가를 올려준다면 외국 업체들도 국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방안은 물론 한국 내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다각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당시 국내 변압기 생산업체들의 국외 부품 의존도가 높아 만약 한전이 입찰 시장을 개방한다면 국외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업체에 대한 부품공급을 중단하고, 중국의 저가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험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훈 의원은 “효성 직원의 내부고발로 독과점 대기업들이 변압기 납품에서 최대 40~50%의 과도한 이익을 남겨왔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한전은 국외 시장까지 조사해서 대기업의 폭리를 차단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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