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사건 제재 내용을 설명한 뒤 “소비자정책의 주무기관으로서 공정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통렬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에스케이케미칼·애경 등이 유해물질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 안전 관련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안전과 품질을 확인받은 것처럼 허위로 표시·광고한 행위를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8월에는 같은 사건에 대해 인체 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별도 제재 없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려 면죄부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12일 에스케이케미칼·애경·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또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에스케이케미칼 법인과 법인 대표 2명, 애경 법인과 전직 대표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조사결과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은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애경과 이마트는 2006년 5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부착된 표시라벨에 흡입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은폐·누락(기만)했다. 또 “아로마테라피 효과”, “산림욕 효과” 등의 표현을 통해 흡입시 인체에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강조했다. 이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품질표시라고 기재해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인받은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표시(거짓 과장)했다.
공정위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 관련해서는 에스케이케미칼 물질안전보건자료, 미국 보고서 등에서 성분물질의 흡입독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고, 환경부가 역학조사에서 제품과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인체 위해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2016년 8월 같은 사건에 대해 CMIT/MIT를 희석해서 사용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제재 없이 판단불가에 해당하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이후 피해자단체는 물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공정위는 재조사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에서 표시광고법상 과징금 부과 상한선(관련 매출액 74억원의 2%)을 적용해,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 의지를 분명히했다. 또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의 제품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2011년 8월보다 1년 8개월 뒤인 2013년 4월까지 소매점에서 팔린 사실을 확인해, 5년의 공소시효(2018년 4월까지)를 두달 남기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마트는 2011년 8월 이후 판매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고발에서 제외됐다.
김상조 위원장은 “소비자정책의 주무기관으로서 공정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특히 피해자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송기호 변호사는 “국가기관에서는 에스케이·애경·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표시가 잘못됐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며 “에스케이 등이 신속하게 피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스케이케미칼은 이에 대해 “이번 결과를 깊이 새기고 유념하겠다”면서 “향후 계획은 공정위 의결서를 받아본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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