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임금 근로자의 고용이나 근로시간이 줄어들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등 비판론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관련기사 2·3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머리발언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 더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고용 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 완화, 중산층 가구의 소득 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로, 이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할 때 우리가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세션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올해 1분기에 소득 하위 1분위(20%) 가구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며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점을 당과 정부가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에 끼친 긍정적 효과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자신감 있게 설명하면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발언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 정부가 대응을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혼선을 부추겼다는 질타가 담겼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소득 하위 계층, 특히 고령층의 소득 감소에 대한 대책을 더 강화해주시길 특별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보완 대책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이 고용과 소득에 미친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아왔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이 한해 전보다 8%나 급감하자,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논란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속도조절론’을 거론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보완 대책 지시가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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