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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사노동이 GDP 24%…여성 연 1077만원, 남성의 3배 일한다

등록 2018-10-08 18:50수정 2018-10-09 14:34

가사노동 가치 첫 공식 통계 ‘시간당 1만569원’

2014년 기준 1인당 연봉 710만원
집안일 시간 남성 평균 53분, 여성 214분
여성 가사노동가치 연간 272조원
음식 준비 > 미성년 돌봄 > 청소 순

전업주부 법적 지위·보상결정에
정부 “객관적 지표로 활용 안 해”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2014년 기준으로 음식 준비와 청소, 돌보기 등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시간당 1만569원이라는 통계청 가치평가가 나왔다. 노동시간을 고려해 연봉으로 따진 액수는 1인당 710만8천원 정도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4.3%에 해당하는 361조원 규모다. 국가통계기관이 가사노동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공식 통계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를 보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360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연합은 무보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소득통계를 보완할 것을 각국에 권고해왔으며, 구체적인 측정방법을 담은 ‘가계생산 작성지침’을 지난해 발표했다. 통계청은 이 기준에 따라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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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가사노동을 전문가 고용으로 대체할 경우 줘야 할 임금을 따지는 방식으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했다. 음식준비와 청소, 돌보기 등 각 영역에서 유사한 해당 직종의 시간당 임금에 가사노동시간 등을 곱해 추계했으며,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간 임금격차도 그대로 반영했다. 가사노동시간을 추출할 수 있는 생활시간조사가 5년 단위로 이뤄지는 까닭에 통계청은 이번에 1999년과 2004년, 2009년, 2014년의 가치만 추계했다.

가사노동가치를 연도별로 보면, 1999년 144조9950억원에서 2004년 201조3020억원, 2009년 270조6200억원으로 늘어왔다. 1999년에 견주면 2014년 가사노동가치는 148.8% 증가한 수준이다. 1인당 연봉으로 따지면, 1999년 311만원에서 2004년 418만7천원, 2009년 548만8천원, 2014년 710만8천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1999년 141분(2시간21분)에서 2014년 135분(2시간15분)으로 줄었지만 직종별 임금 수준은 높아진 영향이다. 시급으로는 2014년에 1만569원으로 당시 최저임금(5210원)의 두배 가량이다. 1999년 4761원이었던 시간당 가사노동가치는 2004년 6356원, 2009년 8156원으로 늘어왔다.

무급 가사노동을 업무에 따라 세분화해서 보면, 1999년부터 2014년 사이에 음식 준비와 청소 등 가정관리 평가액 비중은 증가한 반면 가족 돌보기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더불어 보육·요양 인프라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담당하던 육아·노인 돌봄이 정부나 기업 등으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9년과 2014년을 비교하면, ‘미성년 돌보기’는 26.4%에서 23.5%로, ‘성인 돌보기’는 3.7%에서 2.4%로 그 비중이 줄었다. 반면 반려견이 늘어나면서 동식물 돌보기는 1.1%에서 1.9%로 늘어났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남성의 3배를 웃돌지만, 남녀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2014조년 가사노동가치를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은 272조4650억원, 남성은 88조2650억원이었다. 1인당 연봉으로는 여성의 경우 1076만9천원인데 비해 남성은 342만8천원에 그쳤다. 남녀 임금격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가사노동가치가 이처럼 평가되는 이유는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시간이 남성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이 때문이다. 2014년 기준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53분이었지만, 여성은 214분(3시간34분)으로 4배나 많았다.

다만 남성의 가사노동가치 평가액 비중은 여성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9년과 2014년을 비교하면 남성의 가사노동가치 증가율은 202.9%로, 여성(135.2%)을 크게 앞질렀다. 그 결과, 여성 가사노동가치를 남성 가사노동가치로 나눈 값은 1999년 3.98, 2004년 3.36, 2009년 3.25, 2014년 3.09로 줄어들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남성의 가사노동 비중이 커진 것이다.

그동안 가사노동가치에 대한 측정 요구는 범여성계가 주장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장 현실적인 필요성도 적잖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공식 통계가 없다 보니, 가사노동 대신 취업을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잣대가 불분명했던 데다 전업주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손해배상기준이나 이혼 때 재산분할 등에서도 마땅한 지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통계청이 낸 지표가 바로 실생활에 적용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김대유 통계청 소득통계개발과장은 “과거 국내총생산 집계에 포함돼지 않아온 가계 내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데서 의미가 적지않다”며 “하지만 전업주부의 손해배상 기준 등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생산뿐 아니라 분배, 지출 등으로 가계계정을 확장해 삶의 질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김 과장은 덧붙였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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