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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사노동 가치 첫 통계, 사회적 평가·인정의 계기로

등록 2018-10-08 18:13수정 2018-10-08 23:31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국가 공식 통계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국가 공식 통계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8일 내놓은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첫 국가 공식통계다. 국민계정(국민소득, 국내총생산 통계)을 보완하는 부속계정이란 뜻에서 ‘위성계정’이다. 현행 국민계정에 잡히지 않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평가해 새로운 인식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평가 결과를 보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 기준 360조7300억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24.3% 수준이다.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710만8천원, 시간당 가치는 1만569원이다. 이는 음식 준비나 청소, 자녀 돌보기 같은 가사노동 시간에 직종별 임금 수준, 15살 이상 인구를 고려해 산출한 결과다. 이번 통계의 기초인 ‘생활시간 조사’가 5년 단위로 이뤄져 1999, 2004, 2009, 2014년 추계치만 나왔으며, 2019년 통계는 2020년에 나온다.

가사노동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해 정책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유엔은 이미 1993년부터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국민총생산 활동에 포함하라고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여성부 의뢰를 받은 이화여대 문숙재 교수팀이 2002년 3월 ‘가사노동 위성계정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통계가 국제 흐름에선 많이 늦은 결과인 셈이다.

가사노동 가치 평가가 당장 실용성을 띤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가 수준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예컨대 아이 돌보는 일에서 몸을 움직여 씻기고 먹이고 하는 부분만 따졌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정서적인 감정노동은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도 이번 평가는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재인식하게 하고, 성장·복지 정책 수립과 평가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가사노동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몫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장기적으로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전업주부가 뜻밖의 사고를 당했을 때 손해배상을 받거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금을 지급받을 때 적절하게 대우받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통계 작성 방식에 관해 더 많이 논의하고 연구해 논란을 줄여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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