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부발읍 부근(오른쪽)이 정체를 보이는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는 제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시범운영중인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명절 연휴에 한해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운행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경찰청의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시범운영 결과분석 자료’를 보면, 영동고속도로 버스천용차로 시행을 통한 통행시간 단축, 운행비용, 환경비용 등 효과이익을 산출한 결과 -98억원으로 집계돼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영동고속도로는 지난해 7월부터 주말과 명절 연휴에 한해 신갈 분기점부터 여주 분기점까지 41.4㎞ 구간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시범 도입했다.
지난해 7월 시행당시 2.8%였던 대중교통(버스) 이용률은 올해 5월 기준으로 0.2%포인트 늘어난 3% 수준에 그쳐 자가용의 대중교통 전환 효과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4월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전용차로 시행 1년 뒤 버스 이용률이 5.4%에서 7%로 30% 늘어나고, 현재는 9%로 시행 당시에 비해 6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중교통 이용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반면, 자가용 이용객의 불편은 커졌다. 전용차로 도입 전 해당 구간의 일반차로 평균 통행시간은 43분이었지만, 현재는 평균 78분으로 늘어났다. 최대 118분이 소요된다. 전용차로의 평균 통행시간은 42분으로 일반차로와 전용차로의 통행시간 소요시간이 2~3배 차이가 날 정도로 차로간 활용격차가 컸다. 결국 자가용 운전자들이 텅 빈 전용차로를 운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7~12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한 시간당 평균 1098대 중 버스는 214대(19.5%)였고, 승합차는 202대(18.4%)인 반면, 승용차 등 위반차량은 682대(62.1%)인 것으로 분석돼 버스나 승합차보다 위반 차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버스전용차로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대중교통 정시성 확보 등 긍정효과에 비해, 일반차로 감소로 인한 교통 정체와 환용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며, 명절 등 전용차로 이용수요가 증가하는 특정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건의했고, 국토부 역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영 의원은 “버스전용차로가 갖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라는 공익성과 사회적 편익 감소, 교통사고 증가 등의 문제점을 감안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용차로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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