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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무역·환율 전면전 치닫는 미-중 … 세계경제 대혼돈

등록 2019-08-06 19:09수정 2019-08-06 21:19

미,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 위안화 추가절하 맞불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도
관세 충돌 이어 대립 격화
전세계 주요국 주가 폭락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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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5일(현지시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수출에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나라라는 의미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에 이어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중 간 무역을 둘러싼 대립이 더욱 격화하고 오래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에 전세계 실물 경제가 더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며, 각국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이 그동안 추가 관세를 매기지 않던 3천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9월1일부터 매기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4번째 관세 카드였다. 미국은 이미 25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중국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그동안은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계속 팔고 위안화를 사서 통화 가치를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 카드를 빼들자 수출 가격 인하를 위해 위안화 가치 절하로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5일 달러-위안 기준가를 0.33% 절하한 달러당 6.9225위안에 고시했다. 이에 시장에서 1달러가 7위안대로 올라서는 ‘포치’ 현상이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일어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31일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달러 약세의 조건을 만들었으나 이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꺼내든 카드가 환율조작국 지정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며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2015년에 제정한 교역촉진법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 이상’이거나,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2% 이상’, ‘국내총생산 대비 달러 매수액 2% 이상’인 국가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1개 또는 2개 조건을 충족한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멕시코 등이 명단에 올랐다. 교역촉진법의 환율조작국 3개 조건 가운데 중국은 무역흑자 1가지만 조건을 충족해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없었다. 미국은 1988년 제정한 미국종합무역법 조항을 꺼내들었다. 종합무역법은 대미 무역흑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환율조작국 지정이 가능한데, 세부 기준이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교역촉진법을 새로 제정한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는 사문화된 법을 부활시킴으로써,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갖다 붙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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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인민은행은 6일 달러-위안 기준가를 6.9683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보다 0.66% 추가 절하(환율 상승)한 것으로, 위안화 약세를 밀고 나가겠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이고 중국을 향해 성질을 낸 것”이라며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끝까지 미국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잠정 중단시켰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어도 곧바로 제재나 보복 조처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1년간 시정을 요구한 뒤 안 되면 중국 기업의 정부조달시장 제외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25년 만에 미국이 꺼내든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의 상징성이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베이다이허에서 비밀 회동 중인 시기임을 지적하며 “이보다 더 나쁜 타이밍은 없다. 미국과 중국의 협상 타결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국이 9월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중국산 수입품은 의류, 스마트폰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3천억달러어치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기업의 투자 위축과 소비 위축 때문”이라며 “갈등이 격화되면 양국이 관세율 인상, 비관세 장벽 활용 등 추가 대응책까지 쓸 수 있어 실물경제에 더 큰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마찰은 미국 경제에도 이미 기업 설비투자 위축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가 관세 부과는 악영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뉴욕증권거래소 시장에서 다우존스지수는 2.9%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8월1일부터 3거래일 동안 4.3% 하락했다.

미-중 무역 대립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나라들에 특히 악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27%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된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이 9.8%나 감소했다. 가뜩이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미-중 대립 격화는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3거래일간 우리나라 코스피지수가 4.9%, 코스닥지수는 11.9% 떨어졌다. 정부는 7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3거래일간 4.4% 하락했다. 독일 닥스30과 유로스탁스50지수도 최근 2거래일 동안 각각 4.9%, 5.1% 떨어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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