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7월 경제 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 1.9% 성장에 그치지만, 하반기에는 2.4% 성장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3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2.0%에 그치면서, 2.2% 전망치 달성은 물론이고 2.0%를 넘기기도 거의 어려워졌다.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 수준이 2.5~2.6%로 추정되는 지금보다 과거에 훨씬 높았던 까닭에 똑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딱 한 차례뿐이었다. 그런 만큼 1%대 성장은 경제주체들의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분기 경제는 기대에 맞춰 회복되지 않았다. 악재가 많았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했고, 한-일 무역분쟁도 표면화했다. 3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2분기(전기 대비 1.0%)에 견줘 큰 폭으로 둔화한 0.4%였다.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 보면 0.37%였다.
3분기 국내총생산을 부문별로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0%, -2.7%로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수출은 2분기에 견줘 4.1% 늘었지만, 작년 3분기에 견줘서는 증가율이 1.3%에 불과했다. 민간 소비도 작년 3분기에 견줘 1.7% 증가에 그칠 정도로 활발하지 못한 편이었다.
전기 대비 1.0% 성장한 2분기에 성장세를 이끈 것은 정부 부문이었다. 성장기여도가 1.2%포인트에 이르렀다. 그러나 3분기에는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0.2%포인트에 머물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4분기에 국내총생산이 전분기 대비 0.97% 정도 성장하면 연간 2%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경제 여건이나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에 이 정도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5년간 20개 분기 가운데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를 넘긴 것은 다섯 차례에 그쳤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3분기의 0.4%보다는 높겠지만 1%로는 올라가기 어렵다. 올해 연간 2% 성장은 거의 어렵겠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성장률 2.0%와 1.9%는 국내총생산액으로 치면 1조8천억원쯤 차이가 난다. 성장률 0.1%포인트의 차이가 국민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2%를 달성하더라도 어떤 변수로 달성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생산액 1조8천억원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성장률 수치보다 4분기 중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신호가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