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리샤오라이(李笑ge·리소래)는 중국 암호화폐 업계 저명 인사로, 각종 강연과 저술 등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대중화에 적잖이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이 굴리고 있는 자산이 10억달러 규모라고 밝힐 정도로 성공한 투자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논란이 있는 인물’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지금은 ‘중국 고래’로 이름을 얻고 있는 그이지만 한때는 한국의 대학에서 조선족 학생 대상 장학금을 받았던 유학생이기도 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리샤오라이와의 만남을 2020년 첫 인터뷰 기사로 싣는다.
조선족 스타 영어강사는 어떻게 ‘비트코인 재벌’ 됐나 (상)
중국 비트코인 재벌이 1조달러를 굴리는 법 (하)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리샤오라이가 2019년 12월18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외현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중국 동북지방 연변의 조선족 어린이, 회계학·거시경제학 전공 학생, 뭐든지 팔 수 있는 영업의 신, 그리고 억대연봉의 쪽집게 토플 강사로, 변신을 거듭했던 리샤오라이는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비트코인 2100개를 사들였던 첫 투자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한 뒤로는 좀처럼 매도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이때부터 비트코인 관련 분야 등에 투자를 시작한다. 당시 만든 비트펀드(BitFund, 比特基金)와 관련해, 그는 “처음에 350만달러로 시작했는데, 5년이 지난 2018년 8월 58배인 1억5천만달러 규모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
“투자 대상이 주로 블록체인이고, 보유 자산도 대부분 디지털화폐다. 취약성이 크다는 그 특징 탓에 순식간에 40~50% 떨어지기도 하니, 숫자(법정화폐)로 이야기하면 큰 의미가 없다. 대략 10억 달러 가량 규모다. 자산은 익명의 콜드월릿에 보관한다.”
주요 투자대상 비트코인, 이오스, 믹스인네트워크
-주요 투자 대상은?
“주류 디지털 자산이다. 비트코인이 있고, 이더리움은 없다. 그리고 이오스(EOS), 믹스인네트워크(Mixin.one) 정도다. 믹스인은 잘 모를텐데, 어떤 블록체인 자산도 안전 우려 없이 저장 가능한 다용도 지갑이다. 현재 이더리움 지갑은 이더리움만 저장 가능하고, 이오스 지갑은 이오스만 저장할 수 있다. 이를 개선했다. 믹스인은 차세대 블록체인이라고는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진정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만 적합할 뿐이다. 다른 건 안 된다. 이더리움은 최대의 기술적 실패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다. 거래 시간을 좀 줄였다고는 해도 너무 느려서 쓸 수가 없다. 유일한 공헌이 있다면 코인 발행 정도일까. 그렇다고 내가 이더리움을 완전히 비켜간 건 아니다. 비트펀드 지원으로 창업한 거래소 윈비(云^Q, yunbi.com, 현재 빅원·BigONE의 전신)는 당시 최초의 이더리움 거래소였다.”
-이오스 주요 투자자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블록체인 기술 면에서 이더리움이 할 수 있는 수준은 이오스도 할 수 있다. 탈중앙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둘 모두 같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작업증명(POW) 방식을 취해 비효율적이었다. 이오스는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으로 효율을 높였다. 이오스가 성공할 수 없다면, 다른 어떤 모델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다른 건 다 투기하는 것들 아닌가. 나는 댄 라리머(이오스 창시자)가 이오스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 4개에 모두 투자했다. 당연히 이오스에도 투자했고 실제 창업할 때는 나도 일부 참여했다.”
-어떤 식으로 투자 대상을 찾나?
“가장 중요한 습관은 계속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대학 때 회계를 배웠고, 컴퓨터를 배웠다. 졸업 뒤에는 영업을 배웠다. 영어를 가르칠 때도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을 접한 뒤 또 스스로 공부했다.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이 올라 자본이 생기고 경험이 생기니 투자자가 됐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 나의 끊임없는 경쟁력이다. 뭔가 배울 땐 미친 듯이 한다. 두문불출하고 집중하다가 집에 가서 잔다. 늘 그랬다. 그럴 땐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잘 모른다.”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많이 벌고나니 주변 반응은 어땠나?
“처음엔 주변에서 내 관심분야를 잘 몰랐다. 또 미친 짓 한다는 식이었다. 그러다 돈이 많아졌다 하니, 친구고 가족이고 왜 먼저 얘기해주지 않았냐고 하더라. 나는 내 이야기를 인터넷에 다 공개해놓은 사람인데 얘기를 안 했다니 말이 되나.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사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냥 사지 말라고 했다. 10달러가 하루 아침에 1달러 됐다가 다음날 100달러까지 올라갔다가 또 10달러로 떨어지는 걸 무슨 수로 참겠나. 비정상적이지 않나.(웃음)”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분야 투자는 아예 하지 않나?
“부동산 투자는 안 한다. 지금 사는 집도 라오마오(老猫, 리샤오라이의 동업자인 블록체인 투자자, 본명은 위원줘·余文hL)가 사준 것이다. 부동산은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집을 샀다가 팔 때는 더 얹어서 팔고 싶은 것이 사람들 심리다. 그래서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가치가 오르는 건 아니다. 이런 가격 상승의 본질적 원인은 대출이어서, 가격의 절반은 허수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부채다. 부동산은 함부로 팔지도 못해서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주식은 갖고있다. 오딧세이라는 이름으로 주식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준비중이다.”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리샤오라이가 2019년 12월18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외현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리샤오라이가 이날 그의 자산으로 비트코인, 이오스, 믹스인네트워크를 열거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보였다. 그는 2019년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BOX라는 명칭의 ETF 상품을 출시했다. 비트코인(B), 이오스(O), 믹스인네트워크(X)를 1:1500:8 비율로 반영하는 상품으로, 결국 리샤오라이 자신이 가장 믿는 자산을 묶어놓은 구조다. BOX는 시스템과 지수에 맡겨놓을 뿐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완전 공개’, ‘완전 투명’ 등 수식어가 붙어있다.
“부추를 비하하지 않았다. 내가 부추다. 부추의 날을 만들자”
중국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BOX를 리샤오라이의 ‘복귀작’으로 본다. 리샤오라이가 본격적으로 BOX를 홍보하고 나선 것은 2019년 7월3일 이른바 ‘부추절’ 행사 때부터였다. 부추절의 유래는 그보다 1년 전인 2018년 7월3일 리샤오라이의 ‘녹음 게이트’가 터진 날이다. 녹음물에 “부추를 베다”(割쀭菜)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리샤오라이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다. ‘부추’는 중국에서 개인 투자자들(개미)을 비하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부추는 춥건 덥건 환경 적응력이 강해 재배하기가 쉬우며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하다. 농부(기관, 대주주)는 한편으로는 부추에 비료와 물을 주며 성심성의껏 길러 부추를 감동시킨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낫을 갈며 베어낼 시기를 재고 있다. 농부가 한두차례만 낫을 놀려도 부추는 모두 베어지고 만다. 잘려나간 부추는 누군가에게 먹히겠지만, 어차피 부추는 금세 다시 자란다. 마치 증시에서 일군의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물러나도, 이내 또다른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밀려드는 것처럼.
세간의 사람들은 한때 암호화폐의 신세계로 안내했던 리샤오라이가 자신들을 부추에 빗대 베어버린다 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리샤오라이는 황급히 해명에 나서, 자신은 평생 ‘부추’라는 말을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지는 의미로 ‘모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실제 30분짜리 녹음에서 ‘부추’라는 표현은 리샤오라이의 말이 아니었다. 억울함을 호소한 그는 오히려 자기 자신도 부추와 다를 바 없다며, 사건 두 달 뒤 자신의 투자 이야기를 담은
‘부추의 자기수양’(쀭菜的自我修Q{)이라는 책도 냈다. 리샤오라이는 또 1년이 지난 2019년 7월3일을 부추절(쀭菜굚)로 명명하고 ‘녹음 게이트 1주년 제1회 부추절’이라는 대규모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자신이 추진하는 믹스인네트워크와 BOX와 관련한 대대적인 홍보도 있었다. 1만여명이 참가했고 리샤오라이 본인이 강의도 했다.
-녹음 게이트는 어떻게 벌어진 일이었나?
“어떤 사람이 나를 찾아왔는데, 내 성격이 원체 그렇다. 내가 대단한 인물도 아니니 누가 오면 그냥 만난다. 누가 공손하게 찾아오면 나도 공손하게 맞이한다. 그가 나에게 이런저런 의견을 묻길래, 나도 충실하게 이야기했다. 다만, 말하면서 좀 저속한 표현을 많이 썼다.(웃음) 그가 이 대화를 녹음해 인터넷에 파일을 올려버렸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락장이어서 다들 손해를 보던 시절이었고,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글을 써서 나를 모함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본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이야기한 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나는
쑨위천(트론 창업자, 영어이름 저스틴 선)이 사기꾼이라고 했는데 사기꾼 맞잖나. 다들 내가 옳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리샤오라이. 1달러짜리 지폐로 담뱃불을 붙이는 이 사진은 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출처=소후
-부추의 자기수양 책 내용을 보면 항상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것 같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면 장기투자다. 모든 성공한 투자자들은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생각이다. 장기 보유를 한다. 나의 투자가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다. 장기투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워런 버핏이 애플이 아니라 코카콜라에 투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애플의 사업 전망이 훨씬 좋아보이겠지만, 버핏은 코카콜라를 선택한다. 연구개발 비용 때문이다. 기업 발전에서 연구개발 비용은 막대한 부담이다. 코카콜라는 연구개발 필요가 없지만, 애플은 절실하다. 장기적 관점을 갖기 시작하면 이런 게 보일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장기투자를 하고 있나? 팔아치운 적은 없나?
“판 적은 없다. 줄곧 사고 있다. 다른 곳에서 번 돈으로 비트코인을 계속 산다.”
-그러면 투자한 건 언제 팔아야 하나?
“이 부분이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다 쓸 수 없을 정도의 가격만큼 올랐을 때, 팔고 싶은 만큼 파는 것이다. 거래시장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다들 돈 버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사자마자 언제 팔지를 고민한다. 그게 아니라 거래시장 밖에서 돈을 벌고, 시장 안에서 돈을 키우는 것이다. 시장 밖에서 버는 수입 만으로 살기가 힘들면 이런 말은 당신에게 의미가 없다. 그러나 만약 더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란을 보자. 노른자는 먹고사는 돈이고, 흰자는 가족의 병치레와 부상 등에 대비해 갖고있어야 하는 돈이다. 그 밖에 있는 껍질이 투자할 돈이다. 껍질을 시장에 넣어서 키우면 된다. 돈 버는 기술은 하다보면 늘기 마련이다.”
2019년 10월17일 베이징 국제대주점에서 열린 BTCMEX 행사에 리샤오라이가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출처=BTCMEX 블로그
리샤오라이의 자신감은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장사와 강의로 큰 돈을 벌어봤고, 아버지 병원비로 많은 돈을 써야 했고, 그러면서 새로운 배움과 새로운 세계를 마다않으며 온 길이었다. 성공적인 투자자이자 창업가인 그는 현재 중국 최대 블록체인 관련 투자사인 인블록체인(Inblockchain, 硬^뛆本)을 통해 각종 프로젝트와 플랫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럽의 파생상품 거래소 BTCMEX에 대한 투자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신의 투자 기록을 담은 여러 저술은 그를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려놨다. 지금은 평소 생활비를 자신의 책 인세로만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리샤오라이가 낸 결론은 앞으로 투자 지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 있나?
“우리 사회는 중요한 투자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매우 아쉬운 일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 세상은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돈 버는 일을 악마화한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큰 돈을 벌지 못하는 것처럼. 이건 매우 큰 잘못이다. 모든 개인은 공개적으로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것도 큰 돈을 벌 기회가 있다. 일반 직장인들도 공개적으로 합법적으로 돈을 벌지만 작을 뿐이다. 저명한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비밀이 없다. 그가 무엇을 보고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모두에게 공개한다. 투자는 보통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다. 잘 가르쳐야 한다. 아쉽다. 그래서 책도 썼다. 나중에 내 아이가 뭘 하고 싶어하건, 춤을 추건, 미술을 하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꼭 했으면 좋겠다. 꼭 써야 할 생활비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을 때엔, 그만큼 투자해서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가르치고 싶다.”
-무엇에 투자해야 할지도 가르칠 것인가.
“필요하다. 은행과 증시 가운데 어느 쪽이 위험한가? 99.9999%는 증시가 위험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증시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주식에 장기투자하라’(Stocks for the Long Run)라는 책을 보면, 200년 동안 미국 달러와 금, 채권, 주식 등의 가치 변화를 비교하는 부분이 있다. 200년 전의 1달러는 95%가 쪼그라들어 오늘날 5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금은 4배 높아졌다. 단기채는 281배, 장기채는 1700여배 늘었고, 주식은 70만배 늘었다. 현금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지구에 서있으면 평평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면이어서 갈수록 계속 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일 같이 지켜보면 증시의 위험이 커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니다. 코카콜라가 상장된 것이 1919년인데, 연평균 15%씩 100년 동안 171만배 성장했다. 이런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생은 여러 차례의 ‘평생’으로 구성된다
리샤오라이는 자신이 체득한 이같은 지식을 널리 퍼트리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가 쓴 책은 모두 그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녹음 게이트’의 여파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녹음 파일에서 그가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은 쑨위천 뿐만이 아니었다. 바이낸스를 “사기꾼 거래소”라고 했고, 그 CEO인 자오창펑에 대해 “성격이 나쁘다. 사실은 기술을 잘 모른다”고 했다. 이더리움에 대해서는 인민은행이 돌연 비트코인 출금을 막았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봐서 지금처럼 뜬 것 뿐이라고 했다. 리플(XRP)은 “핵심팀은 다 떠났는데 소프트뱅크가 잘 못 알아보고 지지해 뜬 것”이라 폄하했다. 라이트코인과 NEO도 각각 “X같은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어차피 있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고 사람들은 틀린 말이 아니라 한다”는 리샤오라이의 호언장담은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로 증명되지만, 그의 화법이 불편한 인물들도 곳곳에 많다. 동시에 그의 투자 방식과 성공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있다.
2015년 11월 리샤오라이가 ‘자기 자신이 되자’ 포럼(做自己떧W[)에서 ‘7년이 한 평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출처=做自己떧W[
리샤오라이는 ‘7년이 한평생’(七年就是一룉子)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인생이 여러 차례의 ‘평생’이 거듭되는 삶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을 나와 장사를 하다가, 2000년 28살 때 장사를 관두고 신동방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신동방을 나와 2008년 사업가와 투자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투자하는 유료 커뮤니티를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단톡방 형태의 유료 커뮤니티는 리샤오라이 나름의 투자와 사회 공헌 방식이다. 그는 “지난해 운영을 중단한 비트펀드는 투자자들에게 5년 동안 48배의 이익을 돌려줬다”고 했다.
“커뮤니티가 있을 때의 좋은 점이 있다. 혼자서 정기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투자하면 좀 바보스럽지만, 다같이 하고 있으면 안 하는 사람이 바보같아 보이게 된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가치를 갖다 준다. 내가 BOX ETF에 ‘무 수수료, 무 이자’(Zero Fee, Zero Carry)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다른 사람 돈으로 내 지갑을 채우고 싶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 돈은 스스로 벌면 된다. 자기가 만든 펀드에 자기 돈을 얼마나 넣는지를 용기지수(Courage Index)라고 한다. 나는 시장 밖에서 번 돈으로 BOX를 사들이고 있다. 그렇게 이어가면 지도적 지위도 얻을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중요한 것은 돈도, 지식도, 외모도 아닌 영향력이다.”
끝으로 그에게 중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상황과 한국 시장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의 자체 디지털화폐 DCEP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발언도 있었다.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될까?
“인민은행의 DCEP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외환관리 정책이 있다. 이 때문에 개방성에 기반한 블록체인 화폐 발행은 쉽지 않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 사례가 만들어질 기회는 많다. 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만큼, 각계에서 블록체인의 실제 사용 사례를 실현하려고 할 것이고,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이는 물론 코인 가격이나 투자와는 무관한 문제다. 하지만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금지한다고 한 적이 없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단지 일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흔히들 ‘금지령’으로 생각하는 2017년 9월 규제 강화 조처도 암호화폐를 금지시킨다는 게 아니라 사기 사건이 너무 많으니 뭐라도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비트코인 등장 초기 ‘탈중앙화 통화’라는 개념이 소개됐을 때 ‘반정부’, ‘탈정부’라는 오해가 생겼는데도, 중국 정부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드물 정도로 관용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지금의 중국 암호화폐 업계의 현실도, 중국 밖에서 비트코인을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사기를 예방하고 있을 뿐이다.”
리샤오라이가 쓴 ‘부추의 자기 수양’. 책은 온라인에서 전문을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시중에 책 형태로 판매되기도 한다.
중국 디지털위안화,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릴 것
-그런 관점에선 페이스북이 백서를 내놓은 리브라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중국 인민은행의 DCEP와 마찬가지로, 언젠가 실현되겠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케이크를 건드렸다. 수많은 나라들의 금융과 통화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중국은 그래도 케이크 상자가 하나인데, 리브라는 케이크 상자가 굉장히 많다. 미래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페이스북이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 곳에 손을 댔고, 많은 나라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
-혹시 한국에 남다른 감정이 있을까?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국가, 민족 등은 내게 그 의미가 크지 않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한국인)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외국에서 자란 조선족이다. 나 같은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 특징이 있는데, 어디 사람이라고 정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느 나라에 가도 자기네 사람이라고 해주지 않으니, 결국은 그런 개념에서 벗어나려 하게 되고, 국제주의자가 되기 쉽다. 국적은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한국에 암호화폐 거래 참여자들은 많은데, 기술 발전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다만 가상 자산에 대한 친숙도, 일반 국민들의 참여도 등을 보면 블록체인의 지향점에 잘 부합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재력이 큰 곳인 셈이다. 거래소 해킹 소식을 자주 듣는데, 워낙 거래소는 대부분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다.”(끝)
김외현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oihyun@coindes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