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서울 금융시장이 처음 문을 연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실물 경제 악영향 우려로 주가가 3% 넘게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뛰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41(3.09%) 떨어진 2176.7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20.87(3.04%) 떨어져 664.70으로 마감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가 27일 2.03% 떨어지고, 28일 0.55% 추가 하락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설 연휴로 27일 휴장한 까닭에 신종 코로나 확산 영향이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됐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분위기가 형성된 지난해 12월 초부터 이달 22일까지 코스피지수가 8.6%(179.29)나 올라, 차익 실현 매물이 많이 나온 것도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5251억원어치를 순매도해 하락을 이끌었다.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10.31%), 신세계(-12.07%), 현대백화점(-10.63%), 화장품 업체인 엘지(LG)생활건강(-7.12%), 아모레퍼시픽(-8.47%) 등의 하락폭이 컸다. 하나투어(-10.18%) 등 여행사, 진에어(-9.21%) 등의 항공사 주가도 폭락했다.
에스케이(SK)증권 한태훈 분석가는 “중국의 소비위축에 따른 성장률 하향 우려가 높아졌고, 글로벌 교역 감소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시점인 만큼, 중국 관련 소비주(면세점, 화장품, 의류 등)의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중국 위안화 약세를 반영해 원화도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8원 올라 1176.7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 강세를 이어가던 위안화 가치는 27일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6.98위안으로 0.7% 하락(환율은 상승)하며 한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감염증이 국내에서도 확산되느냐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서 확산됐을 때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소비가 위축된 바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연초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경제 심리가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제한적이나마 (성장률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정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앞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미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는 방역대응체계 구축 운영비 67억원, 검역·진단비 52억원, 격리치료비 29억원 등 총 208억원의 방역 대응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선제 방역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전세기 파견 예산 10억원이 반영돼 있어 전세기 파견을 곧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전 집행간부회의를 열어 이주열 총재의 지시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반을 구성했다. 국외 사무소와 연계해 국제금융시장 동향 등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정남구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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