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을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말미암아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될 것으로 보고, 관련 분야 지원 대책 수립에 나서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하던 입장과 달리 경고 수위를 한층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감염병 사태로 △방한 관광객 감소 △외부활동 자제에 따른 내수위축 △감염증 발병국의 내수·생산 위축으로 인한 수출감소 등 세 가지 경로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제조업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고자 이달 중으로 수출지원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내수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회의 뒤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장 2월 중에 수출지원 대책을 별도로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으며, 관광과 음식점·숙박업 분야 등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내수 활성화 대책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은 우리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수출과 내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정부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03년 18.1%에서 지난해 25.1%로 7%포인트 늘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중도 2003년 10.8%에서 지난해 34.5%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홍 부총리는 현재 주요 경제지표는 모처럼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활동동향은 지난해 11~12월 두 달 연속 전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증가하는 ‘삼중 증가’를 기록했다. 1월 반도체 디램 고정가격도 전월 대비 1.1%포인트 올랐다. 수출도 상승세다. 1월 수출액 규모는 설 연휴가 지난해보다 일러 전년 같은 달보다 6.1% 감소했지만, 조업일 하루당 수출액 규모는 4.8% 늘었다. 2018년 11월 이후 1년2개월 만의 증가세 전환이다. 2월은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많기 때문에 수출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3월 수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얼마나 반영되는지다.
홍 부총리는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돼 경기회복의 신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번 사태 진전에 따라 실물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발병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연초 경기회복의 흐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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