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취소된 모바일월드콩크레스 광고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24~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엠더블유시)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격 취소됐다. 세계 3대 아이티(IT) 전시회로 꼽히는 엠더블유시가 개최를 앞두고 취소된 건 1987년 행사 시작 이래 처음이다.
엠더블유시 주최 기관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존 호프먼 회장은 1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한 국제적 우려와 여행 경보 등으로 행사 개최가 불가능하다”라며 “‘엠더블유시 2020’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엠더블유시는 미국에서 열리는 아이티·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 독일의 국제가전박람회(IFA)와 함께 주요 글로벌 아이티 행사로 꼽힌다. ‘모바일 올림픽’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애초 주최 쪽과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19 위험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계획대로 치르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매년 전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이는 엠더블유시는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정부는 물론 스페인에 대표적 경제 행사다. 지난 10일(현지시각)에도 주최 쪽은 행사 강행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엘지(LG)전자를 시작으로 엔비디아, 아마존, 소니 등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행사 불참 의사를 밝혀왔고 지난 12일에는 페이스북, 인텔 등도 줄줄이 전시회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행 입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 취소로 업계엔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엠더블유시의 최대 스폰서인 ‘골드 스폰서’를 맡아 메인 행사장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한 중국 화웨이가 꼽힌다. 화웨이는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메이트Xs 신제품을 공개하는 등 이번 행사 때 활약을 별렀다. 중국의 샤오미도 행사 참여 입장을 강조해왔다. 미국발 무역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에서 열리는 엠더블유시에서는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유럽은 미국 제재를 이겨낼 주요 시장으로 꼽혀온 터라 중국 업체들에게 이번 행사의 의미는 더 남달랐다.
중국 업체들이 이번 행사에서 주목됐던 상황은 초유의 취소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기업 관계자는 물론 관람객 중에서 중국에서 온 이들이 상당수인 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주최 쪽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행사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았다. 모바일 행사 특성상 기기를 직접 만져봐야 하는 상황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신제품 공개 기회가 사라진 데 대해 추후 별도 지역별 행사를 마련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등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 새 콘텐츠를 발표하고 여러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려던 통신사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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