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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잠옷회의와 대면보고 사이…재택근무는 안착할 수 있을까

등록 2020-03-05 21:23수정 2020-03-06 14:21

자율·선택근무 건너뛰고 ‘재택’
시간 아닌 장소 바꾼 건 낯설어
“휴식 없이 근무…효율 높아졌다”
신사업 회의 등은 만나서 하기도
인프라 부족·업무 특성으로
금융권 및 중소기업 출퇴근 여전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에스케이(SK)그룹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집이 사무실이 된 직원들이 적잖다. 재택근무는 또 다른 업무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한겨레>는 정보기술(IT)·리서치·물류·유통·금융·제조업 종사자 20여명의 일상을 통해 그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76만2032개 사업체 가운데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체는 4.5%로 원격근무제(3.5%) 다음으로 도입율이 낮았다. 사업주들은 시차출퇴근제(17.2%·1위)나 시간선택제(13.4%·2위) 등 업무 장소를 바꾸기보다 근무시간 조절을 선호했다. 그나마 재택근무를 택한 사업분야도 외근이 잦은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과 프리랜서 위주 시장인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및 정보통신업에 그쳤다. 상다수 직장인은 사무실을 떠나 본 적이 없다가 갑자기 집으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휴식, 넘치거나 부족하거나♣

리서치·헤드헌팅 업계에 종사하는 박아무개(28)씨는 지난 닷새 내내 새벽 1시에 퇴근했다. 노트북으로 수시 근무를 하며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어졌기 때문”이란다. 박씨는 이틀 전엔 입사 이래 업무성과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꾸 업무를 하게 된다. 평소 하루 2회이던 회의가 재택근무 후 (화상회의) 4회로 늘면서 매번 보고할 거리를 찾으려고 더 일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종사자 원아무개(40)씨도 “재택근무해서 논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일을 더 많이 한다. 부서원들의 전반적인 업무 피드백도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분산돼 업무에 장애가 있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올해 정보기술 기업에 입사한 진아무개(28)씨는 “가뜩이나 신입이라 할 일이 없는데 혼자 있으니 더 불안하고 심심하다. 딴짓도 계속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전략기획 업무를 맡은 김아무개(27)씨도 “웹툰 보는 걸 끊을 수가 없다. 전반적인 업무 진행 속도도 느려졌다”고 했다.

관리자·맞벌이가정 “출퇴근이 낫다”♣

새 사업을 이끌거나 평소 부서원 간 대화가 잦던 관리자들은 ‘대면 소통’을 선호했다. 정보통신기술 업종 대기업의 중간 간부인 박아무개(37)씨는 “상사들은 평소 수족처럼 부리던 사람이 눈앞에 안 보이면 불편해한다. 대면보고가 잦은 팀장들은 눈치껏 출근하는 편”이라고 했다. 인터넷업계 최아무개(36)씨 역시 “한창 새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화상회의로는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려워 다 같이 회사에 출근하기로 했다”고 했다. 제조 대기업 임원 조아무개(55)씨는 “재택근무하는 직원에게 전화 한번 하려 해도 자길 감시한다고 오해하는 거 아닌지, 통화 내용을 누가 엿듣지 않는지 조심스럽다”며 “자료도 뽑아서 밑줄 그으면 될 걸 클라우드 켜서 문서 띄워야 하니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맞벌이 가정은 의견이 갈렸다. 통신기업 마케팅을 맡은 임아무개(38)씨는 “아이가 옆에서 책을 읽는 등 일을 방해하지 않고 잘 논다”며 재택근무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반면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정아무개(34)씨는 “아이가 있으면 컴퓨터 자판을 손으로 두들기거나 전화 중에 말을 시킨다”며 “아이가 깨기 전 새벽과 한밤중, 낮잠 시간에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급한 전화가 올 땐 티브이를 틀어주거나 아이스크림을 쥐여준다고 한다.

팬티코딩과 종이서류 가른 차이는♣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이들이 꼽는 장점 중 하나는 단연 ‘출퇴근이 없다’는 점이다. 일명 ‘팬티코딩’(속옷만 입고 컴퓨터 코딩), ‘잠옷회의’(잠옷 하의를 입고 화상회의 참석)가 가능하다. 불편한 상사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거나 원할 때 자유롭게 쉰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업종이나 직무도 있다. 물류중개(포워딩)업에 종사하는 임아무개(29)씨는 지난 4일 재택근무를 지시받았지만 스스로 출근했다. 그는 “특이사항을 표시하고 다른 직원에게 전달·보관하는 주요 업무 과정을 디지털 파일이 아닌 종이 서류로 한다. 재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건물 설계 관련 업무를 맡은 박아무개(38)씨도 “평소 컴퓨터지원설계(CAD) 등 용량이 큰 프로그램을 쓰고 모니터도 두 개를 쓰기 때문에 재택은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다”고 말했다.

보안 및 시스템 안정성이 중요한 금융권도 100% 재택 전환보다는 사무실 분리와 순환근무를 택했다. 4곳 시중은행과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한 곳 이상 대체 사무실을 마련했고 금융 전용 피시(PC)를 쓰는 직원들도 조를 짜 출퇴근하고 있다. 제조업 공장 생산직과 함께 일하는 사무직도 필수 출근 대상자다. 제조업 품질관리팀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9)씨는 “매일 공장에 들어가 작업자 현황을 봐야 하고 윗선에 보고도 해야 한다. 공장이 문 닫지 않는 한 재택근무는 없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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