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갈 길 바쁜 선거기간 중반 ‘막말 수렁’에 빠진 미래통합당은 당 지도부가 몸을 낮춰 소나기를 피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막말 전력자를 공천했다는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4년 전 옥새 파동 때 ‘읍소 전략’의 기시감이 겹쳐 효과는 미지수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9일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불거진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유가족 모욕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이건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의 행태가 여러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제가 생의 마지막 소임이라면서 시작한 일이고 ‘나라가 가는 방향을 되돌리라’는 국민 목소리가 너무도 절박해,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다시 나섰다”며 실망감을 거두고 통합당을 다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나머지 통합당 지도부도 함께 사죄 행렬에 동참했다.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동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을 거칠게 비난해 문제가 됐던 차 후보가 또다시 모욕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신속하게 몸을 낮춘 것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몇몇 후보의 막말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안 미칠 수 없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막아야 한다는 데 유권자들이 동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런 통합당의 ‘읍소 전략’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막말 전력으로 부적격 논란에 휘말린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했던 지도부가, 문제가 재발하니 후보만 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4년 전 ‘옥새 파동’ 직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 갈등이 폭발해 김무성 당시 대표가 당대표 직인을 들고 잠적하는 ‘옥새 파동’을 겪고 난 뒤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때도 당 지도부는 거리에 나가 무릎을 꿇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집단 퍼포먼스를 펼쳐 빈축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은 차명진 파문을 고리로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이번 선거가 무참한 막말 선거로 변질된 책임은 전적으로 황교안 대표에게 있다”며 “한두 사람 꼬리 자르기로 끝낼 일이 절대 아니다. 황 대표가 잘못된 공천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압박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미움의 정치’를 청산하지 않는 한, 막말은 계속된다. 지도자들부터 마음에서 미움을 털어내야 한다. 저부터 더 노력하겠다”는 글을 올려 통합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막말 한두마디에 판세가 요동칠 수 있는 선거 막판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민주당도 입단속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이해찬 대표는 지역구 후보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단 한마디 말이나 무심코 한 행동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노현웅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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