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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뉴스AS] 7조원짜리 미국 호텔들은 어쩌다 애물단지가 됐나

등록 2020-05-06 19:03수정 2020-05-07 11:08

중국 안방보험-미래에셋 소송전
“코로나19로 변심했다”
“소유권 보장 못 받아”
호텔 가치 하락도 영향
부동산 투자사들 ‘긴장’
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매리엇 호텔 홈페이지 갈무리.
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매리엇 호텔 홈페이지 갈무리.

뉴욕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제이더블유(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해변과 가까운 로우스산타모니카비치호텔,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리조트…. 내로라하는 미국 호텔이 증권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매수자인 미래에셋대우와 매도자인 중국 안방보험이 서로 ‘가져가라’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인수 과정에서 논란의 불씨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부동산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6일 중국 안방보험이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출한 공소장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17일까지 미국 15곳 호텔을 주고 받기로 했던 두 계약주체는 지난 4일 계약 해지 사유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입찰 당시만 해도 15개 투자사가 참여했고 인수가도 7조원에 이르렀지만 계약은 지난 4일 사실상 파기됐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그룹 쪽이 코로나19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호텔 자산 가치가 하락해 변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래에셋그룹은 계약 대상 호텔들의 소유권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안방보험은 “코로나19로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매수인과 매도인은 어떠한 자산가치 변동도 수용하기로 합의했고 계약서상 코로나19와 같은 ‘자연재해 또는 재난’은 계약 불이행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매수인의 변심’이 해지 사유였다고 했다. 또 “미래에셋이 코로나19로 대출 금융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난 3월 ‘금융 조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거래종결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도 주장했다. 미래에셋 쪽이 자금난을 겪었다는 주장이다. 안방보험은 호텔을 예정대로 인수하고 22억달러(한화 약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지분 투자 약속을 이행하며, 패소 시 재판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법원에 청구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시한 연장 요청은 사실무근이며 자금은 충분했다”고 정면반박했다. 다른 기업들과도 계약을 추진할 만큼 자금이 있었으며 계약 해지 사유는 인수 대상 호텔의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점 때문이었다고 했다. 안방보험은 최근 15곳 호텔과 관련해 제3자와 소유권 분쟁을 벌였는데, 미래에셋 쪽이 이와 관련해 부동산 소유관계를 보장하는 권원보험에 문의한 결과 ‘소유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아 인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만큼 이와 비슷한 사례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오피스텔, 호텔 등 국외 부동산을 인수한 뒤 기관투자자들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투자자들이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투자를 꺼리자 증권사들이 사 놓은 국외 부동산들은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가 시비엑스(CBX)타워를 인수했다가 아직 다 팔지 못했고 미래에셋대우의 프랑스 마중가 타워도 아직 일부가 매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수 하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에 추가 증거금을 넣는 등 예기치 못한 지출도 발생해, 코로나19로 인한 자금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의 핵심은 미래에셋이 인수하려던 호텔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엔 포기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싼 값에 다른 딜을 찾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리츠 등 대체투자는 자금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딜을 성사시키는 데 필요한 금융 조달이 어려워질 테고 주관사 재고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봤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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