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GDP 45% 육박 속도 논란
채무비율은 외국보다 건전
“기축통화국 아니라서 경계를”
“경기 살려야 빚도 갚아” 반박
채무비율은 외국보다 건전
“기축통화국 아니라서 경계를”
“경기 살려야 빚도 갚아” 반박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 투입 규모를 늘리자 나랏빚 증가 속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지출 속도로는 나라 살림이 빠르게 악화해 국가 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과, 아직 재정 여력이 튼튼하므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더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린다.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이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어느 수준으로 관리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반영한 올해 국가채무는 819조원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 편성 당시 39.8%였다가 2차 추경 통과 이후 41.4%로 올랐다. 정부는 다음달 초 고용 대책 등에 필요한 재원을 담은 3차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인데, 규모는 20~3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앞서 2차 추경 재원의 상당 부분을 기존 예산을 줄여 마련했던 정부는 3차 추경은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만약 30조원의 국채를 발행한다면 올해 국가채무는 849조원이 된다. 올해 명목 성장률이 0%라고 가정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44.4%에 이른다. 지난해(38.1%)보다 6.3%포인트 오르는 것이다. 이는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난해 정부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2년에 국가채무비율이 44.2%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보다 2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부채비율의 절대 수준만 보면 외국과 비교해 건전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일반정부(중앙·지방정부+비영리 공공기관) 채무 비율은 미국(106.9%), 일본(224.1%), 영국(111.8%), 독일(70.3%) 등보다 낮은 40.1%다.
재정당국 쪽에서는 증가 속도를 문제 삼고 있다. 기재부의 열린재정 통계를 보면, 국가채무비율은 1997년 11.4%에서 지난해 38.1%까지 연평균 1.2%포인트씩 올랐다. 올해는 6%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8년 뒤인 2028년엔 5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당국이나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쪽은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빠른 점, 유사시 화폐를 찍어 재정에 보탤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점 등을 들어 채무증가 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최근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속도가 워낙 빨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역성장할 우려가 제기되고 외국도 막대한 빚을 내며 경기 대응을 하는 만큼 과도하게 재정 악화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재정 건전성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외국도 코로나 대응을 위해 부채를 늘려 과감히 재정 투입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더라도 국가 신용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당장 빚을 늘리더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 놓아야 나중에 부채도 갚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은 내년도 예산 편성 및 중기 재정운용계획 마련에 앞서 이달 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 규모나 국가채무 관리 방안을 놓고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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