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두 달 간 코스피 주식 19조원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19일 1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 실현에 나섰다. 두 달 전 대거 사 들인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했다. 개인의 물량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받아냈다. 1분기 기업 실적 악화에도 코스피 지수는 198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 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50(2.25%) 오른 1980.61로 마감했다. 개인투자자가 1조186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3315억원과 842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가장 많이 판 주식은 삼성전자(3551억원)와 에스케이하이닉스(1711억원), 현대차(871억원)이었다. 개인이 1조원 넘게 순매도한 건 2012년 9월14일(1조4509억원 순매도) 이후 8년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51(0.80%) 오른 696.36으로 종료해 지난 2월17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692.59)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수 하락폭 이상을 회복한 것이다. 기관 투자자가 150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678억원, 1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에서 들려온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성공 소식에 힙입어 지수가 급등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경기 민감 업종의 상승폭이 확대됐다”며 “이제부터 서서히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1분기 기업 실적 악화가 수치로 확인됐지만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확산세나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동길 엔에이치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적 장세보다는 유동성 장세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1분기 실적 악화는 이미 알고 있던 변수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백신 개발 등 외부 소식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1분기 유가증권 상장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1.2%와 47.8% 줄었다.
다만 증시 활황 필수요소인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순매수가 계속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노 연구원은 “공격적으로 순매수를 하다가도 다음날 바로 파는 경우가 있어 하루 단위로 투자주체의 의향을 내다보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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