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위안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18(1.76%) 오른 2029.78, 원-위안 환율은 1위안당 0.97원 떨어진 172.87원에 마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상승 추세를 이어오던 코스피가 두 달 반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3분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대규모 유동성의 힘이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의 브이(V)자 반등을 이끌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18(1.76%) 오른 2029.78로 마감했다. 전날(1.24%)에 이어 이틀째 1%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것은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할 무렵인 3월6일(종가 기준 2040.22) 이후 54거래일 만이다. 기관이 이날 3430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 역시 95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이날 4818억원을 순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이후 두 달 이상의 상승장을 이끌어온 건 개인투자자였다. 개인은 지난 3월부터 코스피시장에서 18조5천억원을 순매수해 기관과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냈다.
최근 상승장은 인터넷과 바이오, 2차전지 관련주 등이 주도했다. 26일 기준 코스피는 3월 저점 대비 39.2% 상승했는데, 카카오(91.49%)와 네이버(63.7%) 주가 상승폭은 이를 크게 상회했다. 바이오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61.05%)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삼성에스디아이(75.17%), 에스케이이노베이션(70.66%) 등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으론 코로나19 확산세 약화와 이에 따른 3분기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 시중 유동성의 증시 유입 등이 꼽힌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저금리에 부동산 규제로 오갈 데 없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석달째 개인 주식대기자금이 40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유형도 구조적 불황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한 일시적 쇼크라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 가파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케이비(KB)증권 전략팀장도 “이번 경기침체의 악화 속도가 과거보다 10배 빨랐기 때문에 주가 회복도 그만큼 빠른 것이 자연스럽다”며 “중간중간 조정 국면이 있겠지만 과거 패턴을 보면 장기적으로 상승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실물경기 대비 지나치게 앞서 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태동 엔에이치(NH)투자증권 투자전략 부사장은 “투자자들이 올해 실적엔 거의 관심이 없고 정책 효과와 내년도 경제 회복 기대감에 기대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하반기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어야 이런 예상이 맞아떨어질텐데 둘 중 하나라도 빗나가면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9∼10월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질 경우 현실이 예상과 완전히 달라진다”며 “유동성 장세로 끌어올린 주가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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