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나랏빚이 1년 새 111조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위기에 처하고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돼 국가 경제가 파탄에 빠질 수 있다’는 식의 논리다. 과연 맞는 말일까?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유럽연합의 재정준칙 적용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 등 3가지 측면에서 따져봤다.
우선,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관련해 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는 699조원으로 2015년(557조원)보다 142조원(25.5%)이 늘었다. 하지만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비용은 2015년 19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18조원으로 되레 1조7천억원(8.6%) 줄었다. 국고채 평균 금리가 같은 기간 연 2.15%에서 1.68%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추경으로 올해 국가부채가 증가하지만, 국고채 금리가 지난해보다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현재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연 0.5%에 불과하다. 이런 저금리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국가채무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자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국고채) 금리가 4%이던 시대와 1% 시대의 이자 부담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만 따지면 국가부채 위험도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유럽연합의 재정준칙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세차례 추경이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유럽연합 역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에 대해 준칙의 예외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3월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경기 둔화’를 준칙의 면책 조항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재정준칙인 ‘안정·성장협약’은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보고서(Fiscal Monitor 2020)’를 보면,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3%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한 나라는 룩셈부르크가 유일했다. 또 60% 이하 국가채무비중을 충족하는 나라는 27개 나라 가운데 네덜란드, 스웨덴 등 10개국이었다.
마지막으로 국가채무비율 증가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2000년 이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지속해서 올랐지만 국가신용등급은 오히려 올라갔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에 따르면, 국가신용등급 ‘최우수·우수’ 국가에는 국가채무비율 100% 이상인 국가가 12.5%, 75∼100%인 국가가 22.2%에 달한다. 국가채무비율이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보다 저축이 많아 자본시장이 건재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 국가채무비율 상승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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