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사용금액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역대 4번째로 감소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5월 국내 지급결제동향을 보면, 카드 이용실적은 외부활동 위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줄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카드 이용금액이 감소한 것은 신용카드 사태가 터진 2004년 1~10월(-9.2%), 세계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9년 1월(-0.9%), 한가위 연휴가 길어 법인카드 사용이 감소한 2017년 10월(-5.0%) 등 3차례밖에 없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으로 900% 가까이 급증한 선불카드를 제외하면 신용·체크카드 등의 이용액은 3% 감소했다. 카드 이용실적은 3월에 -7.4%로 가장 큰폭으로 줄어든 뒤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세 둔화와 긴급재난지원금에 힘입어 5월 들어 0.9% 증가세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비대면결제는 더 활발해졌다. 2~5월 대면결제가 8.4% 감소한 반면 비대면결제는 12.7% 증가했다. 전체 카드 이용금액에서 간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월 16.6%에서 올해 5월 18.3%로 높아졌다.
개인 신용카드만 놓고 보면 비대면 거래 선호로 전자상거래(21.4%) 이용은 늘었지만 여행(-80.2%), 교육(-22.6%), 오락·문화(-16.8%) 등 대부분 업종의 이용실적이 큰 폭 줄었다. 특히 항공업종은 예약취소에 따른 환급금 급증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이용액이 마이너스(544억원)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형 전자상거래업체가 많은 수도권(2.6%)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줄었다. 여행업 부진의 영향이 큰 제주(-21.1%)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14.2%)의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어음·수표 결제금액은 1.8% 감소했다. 어음 결제는 그동안 감소 추세였는데 코로나19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당좌수표를 대거 발행해 0.1% 증가로 전환됐다. 소액결제망을 통한 계좌이체 규모는 주식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13.9% 늘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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