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근 외국인들의 투기성 아파트 매입 수요가 부동산 시장 과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여당이 관련 규제 입법에 나섰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산 뒤 6개월 이내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취득세를 20% 더 내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주택 취득에 있어 외국인 규제가 없어, 취득세 중과로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7일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에 대해 해외사례를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은 외국인의 자국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는 각종 장치를 두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말 작성해 당시 홍철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등에 관한 해외사례 조사’를 보면, 캐나다는 외국인이 밴쿠버시 중심지 등 일부 지역에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득가액의 20%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호주는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를 두고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국익’에 반하는지를 심사한다. 외국인이 5천만달러 이상 부동산을 매입·임대하려면 이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호주 연방정부는 2017년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부동산 세금구조 개혁안을 발표해, 외국인이 거주 목적으로 호주에 보유하는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 면제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부동산을 매각할 때 거주납세자 증명을 하지 못하면 매각대금의 12.5%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빅토리아주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 ‘외국인추가인지세’와 ‘부재자 할증료’를 내야 한다.
싱가포르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인이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가액의 20%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반면 한국에선 외국인이 사실상 내국인과 동등한 지위에서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최근 집값 상승 국면에서 외국인 ‘큰손’들이 쇼핑하듯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외국인이 자국 은행에서 대출받아 국내부동산을 사면 국내 금융규제를 피하는 셈이 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부동산 거래현황을 보면, 지난 6월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는 2090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 40대 미국인이 최근 2년간 아파트 42채를 갭투자로 사들이고 탈세 혐의를 받는 사실이 최근 국세청 조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외국인 부동산 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도 입법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국의 규제 사례를 검토하고 국제조약 위배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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