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반기 전망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월 국내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9일 <경제동향> 8월호에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0.9%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조사(-0.3%) 이후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지면서 0.6%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로, 4월 조사(2%)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이 올해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년 대비 9.5% 줄어들 것으로 봤다. 반면 내년에는 5.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실물경기가 위축돼 올해 실업률은 4.2%로, 지난해(3.8%)보다 0.4%포인트 높아지고,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14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반기에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연간 0.4%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대부분 응답자들은 기준금리(0.5%)가 내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올해 0.1% 성장을 전망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경기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한국이 -1%대 안팎의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축소되면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둔화해 내수 위축이 누그러지는 게 큰 이유다. 6월 소매판매액은 승용차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6.3% 증가해, 5월(1.7%)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다. 6월 설비투자도 세계 반도체 수요 증가로 13.9% 늘어, 전월 증가율(3.4%)을 훌쩍 뛰어넘었다.
6월 생산은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면서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 주요국의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7월 수출 감소 폭(-7%)이 전월(-10.9%)보다 축소됐다.
다만 이런 경기 부진 완화에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조업일수 증가 등 일시적 요인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며 대내외 경제 심리가 회복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소비지표도 일부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 미국과 중국 간 대립 격화는 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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