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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꺼져가는 경기, 556조 ‘코로나 응급재정’

등록 2020-09-01 19:33수정 2020-09-02 02:30

정부 2021 예산 555조8천억원 편성

올 본예산 대비 8.5%, 추경 대비 1.6% 늘어나
홍남기 “감내 범위 내 최대한 확장 재정 기조”
보건·복지·고용에 200조 등 경기회복 초점
89조 적자국채 발행 등 재정건전성은 나빠져
2022년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등 우려에도
정부는 “증세 대신 지출구조조정 등이 대책”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8월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8월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내년도 예산안(총지출)이 올해 본예산보다 8.5%(43조5천억원) 늘어난 555조8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경기 회복과 한국판 뉴딜 지원을 위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전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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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21년 예산안 및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하고, 3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이 경기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로 짜였음을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27일 사전 브리핑에서 “경제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예산은 올해 세차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한 정부 지출 546조9천억원에 비하면 1.6%(8조9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예산은 경기 회복을 위해 일자리 유지 및 창출, 소비 촉진, 한국판 뉴딜 등에 주로 쓰인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내년 199조9천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조4천억원(10.7%) 늘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나 기초연금 인상 등 사회안전망 강화나 고용보험 지원 등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예산이 늘었다. 또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과 공공일자리 창출, 고용유지지원금 등 일자리 예산도 30조6천억원이 편성돼 20.0% 늘었다. 다만,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은 올해(12.1%)보다 낮아졌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디지털·그린 뉴딜을 추진하기 위해 산업(22.9%)과 환경(16.7%), 연구개발(R&D, 12.3%) 분야 예산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데이터댐 구축과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에는 7조8천억원이,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그린 뉴딜에 8조원이 배정됐다. 또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와 스마트대한민국펀드, 미래환경산업펀드 등 뉴딜투자펀드 조성을 위해 ‘마중물’로 1조원이 마련됐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과 고용에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 200만개를 유지 또는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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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간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경기 회복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적극적 재정 운용으로 경기 반등의 불씨를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 등으로 민간부문 수요가 줄어 재정으로 수요를 창출해 경제 위축을 막아 국내총생산(GDP)을 지키는 전략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씀씀이는 커졌지만 수입은 제자리걸음이다. 총수입은 올해(본예산 481조8천억원 기준)보다 0.3% 늘어난 483조원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으로 내년 국세수입이 282조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3.1%(9조2천억원)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지난해에도 올해 국세수입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년 전망치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총지출 증가율과 총수입 증가율의 격차도 7.9%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더 커졌다.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9.1%에서 내년 8.5%로 살짝 낮아진 반면 총수입 증가율은 1.2%에서 0.3%로 더 많이 낮아져서다.

이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인 89조7천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다. 또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9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5.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3.5%(결산 기준)에서 내년 46.7%로 3.2%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국가채무와 재정수지가 조금 악화되더라도 지출 증가를 통해 재정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정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관리재정수지는 2022년 -123조2천억원, 2023년 -128조2천억원, 2024년 -127조5천억원으로 급상승해 국내총생산 대비 5.6%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22년과 2023년 재정수지는 각각 -82조원, -90조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3%대로 예상한 바 있다. 국가채무 역시 2022년에 1070조원으로 1천조원을 돌파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9%에 달하고, 2024년에는 58.3%(1327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세감면율도 계속해 법정한도를 넘겨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53조8905억원, 국세감면율은 15.4%로 법정한도(13.6%)를 1.8%포인트 초과했다. 내년에도 국세감면율이 15.9%에 이르러 법정한도 14.5%를 다시 초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국세감면율이 직전 3년 국세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한 수치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내년까지 코로나19로 재정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더라도 향후 재정건전성을 위해 증세를 포함한 대책 마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증세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지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이 (세수 확대를 위한) 중점 대책”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이경미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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