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한겨레>와 만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이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한 반면 치료제는 부족하지만, 우리 국민은 셀트리온의 치료제 공급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코로나 청정국’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진 가운데, 바이오 제약 업체인 셀트리온은 국내 업체 중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시험이 다음주(11월23일 시작되는 주)에 끝나면,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데 한달 남짓 걸린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월21일 시작되는 12월 넷째 주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현재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시험에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데, 내년 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식약처의 승인을 전제로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또 서 회장은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되고,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 항체치료제(CT-P59)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부도 빠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게 언제쯤 가능한가?
“요즘 내가 공무원이 다 됐다. 정부와 매일같이 협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웃음) 임상 2상시험이 이번주에 끝나고,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려면 한달 남짓 걸린다.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12월21일 시작하는 주에) 식약처에 신청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은?
“루마니아에서 임상 2상시험 중인데, 환자가 치료제를 주사한 지 4~5일 만에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하여 수일 내 퇴원할 정도로 효능이 좋다. 중증 환자나 장기 손상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성 문제도 없다. 현지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사를 놓아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치료제가 실제 시판되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치료제 승인에 한달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 치료제가 나오면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치료제가 10만명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가 3천명이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 이르는데 괜찮을까?
“환자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1만명분 정도로도 문제없지만,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연말까지 10만명분을 목표로 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치료제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치료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내는 원가(개발비 포함)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미국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일라이릴리는 개당 450만~500만원에 공급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했다.)”
―화이자·모더나 등 외국 업체의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12월 중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것은 치료제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의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먼저 진단을 해서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 다음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전국민의 예방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제가 필요하고, 백신이 뒤따라와야 한다. ‘선 치료제, 후 백신’인 셈이다.”
―전세계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과 전망은?
“치료제는 한국의 셀트리온 외에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유럽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두 5곳에서 개발 중이다.(미국 업체들은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이미 받았다.) 백신은 세계 100곳이 개발 중인데, 최종적으로 내년 중반까지는 미국·유럽·중국을 포함해 최소 10곳 정도는 성공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생산한다고 해도, 백신은 아직 확보가 안 돼 걱정하는 국민이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제인데, 셀트리온이 충분한 양을 공급할 것이다. 백신은 외국에서 도입해야 하지만, 치료제와 달리 전세계 생산량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대표적인 해외 백신 개발 업체 10곳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40억명분에 이른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셀트리온도 마음만 먹으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외국 업체와 협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평한 보급’을 강조했다.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는 충분한가?
“부족할 것이다. 셀트리온의 치료제 생산량이 연간 150만~200만명분이다. 미국 업체 2곳은 합해서 연간 400만~500만명분이다. 미국의 최근 신규 환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은 자체 물량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제약업체라도 새로 항체치료제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6년 정도 걸린다. 앞으로 각국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제를 보유했는지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병행하는데, 한국은 왜 치료제 개발만 하고 백신은 하지 않나?
“국내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렵다. 그래서 에스케이(SK)나, 삼성 같은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만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지원할 뜻을 밝혔는데?
“기업이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한국이 ‘코로나 청정국’이 된 이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에 협조할 것이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 용의도 있다.”
―한반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가 돌파구 역할을 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1998년 소떼 1천마리를 끌고 방북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화해의 초석을 놓았다.
“소떼 방북과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공공재이고,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된다. 치료제가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3분기 매출(5488억원)과 영업이익(245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138% 급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 때문인가?
“코로나 영향은 없다. 기존 바이오 제품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향후 실적은 더욱 좋을 것이다. 전세계 제약회사 30만곳 가운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현재 35위인데, 내년에는 20위로 올라설 것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에서 인천 송도 연구센터와 3공장 건립에 5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도 1조7400억원을 투자해 4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의 전망은?
“셀트리온과 삼바의 투자를 통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밸리가 구축된다. 전세계 제약 산업 규모가 1800조원이다. 바이오가 반도체·자동차처럼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65살이 되는 올해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그룹 총수의 정년은 초유의 일이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약속대로 연말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이다. 명예회장은 급여와 사무실이 없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대신 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기존 기업을 수성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내가 정말 잘하는 기업을 축성(창업)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회사에 남아 잔소리하는 꼰대가 되느니, 그게 좋지 않겠나.(웃음)”
―신규 사업으로 바이오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가?
“전세계 70억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도 가정에서 체온, 맥박, 소변 등의 검사는 가능한데 피 검사는 안 된다. 아주 적은 양의 피로도 원하는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약을 보내려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도 필요하다. 10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셀트리온 돈은 한푼도 안 쓰고, 미국 맨해튼 같은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다.”
―유헬스케어는 원격진료를 포함하는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빅데이터,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이다. 바이오는 물론 인공지능·나노·가상현실·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를 하나로 묶는 복합기술이 요구된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을 한명의 지휘자가 일사불란하게 조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정진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길은 계속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는 수치(실적)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을 좇다 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지만, 수치를 좇다 보면 고객과 사업파트너를 잃는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연말 회장 퇴임 뒤 ‘유헬스케어’ 스타트업 도전 서정진 회장은 누구
서정진 회장은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장사를 돕느라고 고등학교 진학이 늦었다.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대우차에 다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대우차가 무너진 직후인 2000년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단돈 5천만원을 쥐고 창업에 뛰어들어, 불과 20년 만에 재계 40위권의 대기업을 일구었다.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12년 개발한 항체치료제 램시마는 전세계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하여 만든 복제약) 1호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3대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서 회장은 1세대 창업자인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과 2세대 창업자인 김우중 대우 회장을 잇는 3세대 창업자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이병철 회장과 김우중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특이한 경험의 소유자로, 한국 재벌의 장단점을 직접 체험했다.
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회장은 기업의 왕이 아니다”라며, 65살이 되는 2020년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또 소유-경영의 분리, 편법·불법 상속과의 단절도 약속했다. 서 회장은 “나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재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 회장은 퇴임 이후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에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룩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 서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