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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효과 미미한 ‘착한 임대’…직접지원·감세로 임대인 근심도 덜어야

등록 2020-12-17 04:59수정 2020-12-17 09:16

임대료 내리면 세금 깎는 ‘착한 임대’
4월 시행됐지만 수혜점포 5.5%뿐
감액 요구권 있지만 실제론 어려워
‘임대료 멈춤법’도 임대인에만 부담
전문가들, 정부 적극개입 나서
정부·임대·임차 3자 고통분담 주문
16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상가 앞. 코로나19로 인해 휴·폐업에 들어가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꾸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6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상가 앞. 코로나19로 인해 휴·폐업에 들어가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꾸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 임대료’를 화두로 꺼낸 뒤, 국회에서 임대료 인하·지원 방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권은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 임대료 인하를 이끌어내는 기존의 ‘착한 임대인’ 운동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고통분담의 주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금융기관-임대인-임차인’으로 연결된 전체 구조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성과 못 거둔 ‘착한 임대인’ 운동

16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입법을 촉구했다. 지난 4월부터 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에게 감면 금액의 50%를 세금에서 덜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10월 말 기준 수혜 점포는 4만2977곳에 그쳤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311명을 조사한 결과, 5.5%만 “임대료가 인하됐다”고 답했다. 심지어 13.7%는 코로나 중에도 “지난해보다 임대료가 올랐다”고 답했다.

지난 9월 국회가 통과시킨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개정안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깎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감액 요구권’과 세입자가 6개월간 월세를 밀리더라도 건물주가 쫓아낼 수 없다는 내용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임차인이 ‘갑’인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깎아 달라는 요구를 하기 쉽지 않아 허울뿐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계 뚜렷한 ‘임대료 멈춤법’

소상공인들이 이날 당장 입법을 요구한 건 지난 14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었다. 집합제한이나 집합금지 조처 대상이 된 사업장은 각각 임대료를 50% 인하 또는 면제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담을 임대인에게만 떠넘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임대인이라 해도 ‘생계형 임대인’부터 여러 채 건물을 보유한 임대인, 법인임대인 등 상황이 제각각인 점도 변수다.

특히 임대료 인하는 강제조항인 반면, 건물 대출금이나 이자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고 선택조항으로 남겨놔 금융기관에 돈을 갚아야 하는 임대인들에게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 금융기관의 고통분담은 강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정교한 유인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하나·신한·우리·케이비(KB)국민은행 등 4개 시중은행 부회장들과 한 화상회의에서 “임대인들은 건물 구입 당시 받은 대출 이자 탓에 임대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임차인 역시 은행대출로 가게를 임차하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금융 부담, 이자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은행마다 원금상환 유예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임대사업자 대출이자 감면이나 유예는 은행권에서도 시행한 적이 많지 않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명동 상가 중 한곳이 문앞에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을 하는 안내문을 붙여두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6일 오후 서울 명동 상가 중 한곳이 문앞에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을 하는 안내문을 붙여두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가 직접 보조해야”…‘긴급재정경제명령권’ 주장도

이런 이유로 정부가 더 큰 역할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최근 상가임대차 보호 입법례를 조사한 김명수 국회도서관 전문경력관(법학박사)은 “기존 세액공제 50% 혜택만으로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깎아줄 유인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선진국 사례에서 한국처럼 정부가 소극적인 경우도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정부가 직접 보조에 나서는 등 일시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도 “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고용안정’과 ‘임대안정’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짰다”며 “백신이 도입되기 전까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출이나 피해 수준을 따져 하위 30% 임차인에 대해서 임대료 직접 보조를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시기에 한시적으로 정부와 임대인, 임차인이 고르게 고통분담을 할 수도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임대료 문제는 결국 위험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할까의 문제”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잘못해서 영업이 어려운 것도 아닌 만큼 거리두기 3단계가 2주 이상 지속되는 등 요건을 엄격히 정해 임대인, 임차인, 정부가 3분의 1씩 부담을 나누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짚었다.

정치권에서는 입법까지 기다리는 건 늦으니 문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임대료 부담을 낮추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천재지변 등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의 명령을 발동하는 권리다. 정의당은 지난 15일 매출 손실에 연동한 임대료 제한, 자영업자 대출이자·공과금 면제 등을 위한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을 다음달 곧바로 발동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박수지 김윤주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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