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지난 12월21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이후 부품업계에 위기가 번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일부 부품업체에 쌍용차 어음과 관련해 담보를 요구하면서 부도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상영업을 하면서 투자자 협상에 필요한 시간을 번다는 쌍용차 계획에 노란불이 켜진 셈이다.
3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일부 시중은행은 몇몇 부품업체에 쌍용차가 발행한 어음을 이용한 어음할인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어음의 만기가 돌아와도 쌍용차가 이를 상환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품업체가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그게 안 되면 쌍용차가 어음을 상환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를 몇몇 지점에서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부품업체에서 담보로 잡을 만한 자산이 없고 쌍용차도 어음을 상환하지 못하면 부품업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환매청구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각 시중은행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매청구권은 어음 부도 우려가 있을 경우 은행이 어음할인을 맡긴 업체에 어음을 도로 사가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에 일부 은행이 환매청구권을 전면 행사하지 않는 대신 담보 제공을 요구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업체의 경우 담보로 잡을 만한 것도 없어서 문제”라며 “쌍용차가 여력이 있어서 그런 어음을 모두 상환해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도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상황도 녹록지 않다. 평택공장은 이틀간의 가동 중단 끝에 지난 29일 생산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보쉬와 보그워너오창 등은 어음 대신 현금 선지급을 요구하며 납품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두 달간의 정상영업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새해 2월28일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상영업을 하면서 매각 협상을 끝내라는 취지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해당 기간 동안 부품업계 피해가 없도록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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