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위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들과 함께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이동하고 있다. 참석자들 모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글이 쓰여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전 공직자의 재산 등록은 물론 단기 보유 토지 양도소득세 강화, 토지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부당 이득 3~5배 환수 등 각종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인데, 소급입법 적용 여부는 물론 입법 과제도 많아 실제 실행까지는 일부 난관도 예상된다.
정부는 예방·적발·처벌·환수 등 4개 영역별로 나눠 총 20개의 세부 대책을 공개했다. 예방 대책으로 양도소득세율을 1년 미만 보유 토지는 50%에서 70%로,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소득세법·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 양도세 중과세율을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리고,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 적용도 제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인사혁신처에, 다른 공직자들은 소속 기관에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 인사처에는 현재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 23만명이 등록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3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인뿐 아니라 직계 존비속도 해당된다”며 “올해는 부동산만 하고, 금융정보는 시스템 구축 이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1천㎡ 이상이나 5억원 이상 토지를 구입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친인척 등을 통한 차명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가계의 비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선 전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신설하고,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담보대출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동산거래분석원(신설 예정)에 통보하게 할 예정이다.
적발 대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히 출범하는 방안을 담았다. 4월에 20~30명으로 구성된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우선 만든 뒤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분석원을 신설한다.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도 현행 최대 1천만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처벌·환수 대책에는 △비공개·내부정보 부당 이용행위 △시세조작행위 △허위계약신고 △불법 전매 및 부당 청약행위 등 부동산 시장 4대 교란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4대 교란행위자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액에 비례해 최대 5배까지 가중처벌하고,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기로 했다. 분양권 불법 전매의 경우 고의적 매수자까지 처벌하고, 향후 10년간 청약 당첨 기회도 박탈한다. 투기 목적 농지취득에 대해서는 현행 농지법 규정에 따라 처분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을 매각 시까지 해마다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토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느슨했었다”며 “부동산거래분석원을 통해 토지담보대출이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부당 이득의 소급 환수나 차명 거래 적발 등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도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과거 잘못을 현행법을 고쳐 적용하는 게 법률상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모든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한다지만 지인을 통한 것은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부패방지법 등 현행법도 몰수·추징할 수 있다. 관련 법을 개정해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당 이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차명 거래 역시 필지 중심, 땅 중심으로 조사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이경미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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