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31일 공개한 컨셉트 카 엠비전 X(M.Vision X)
자동차 내부 한가운데 칵핏에 뜬 파티 초대장. 허공에 대고 위 방향으로 손짓하니 초대장이 수락됐다. 완전자율주행으로 이동해 도착한 파티 장소에서 내리면 차량 내부에는 자외선(UV) 조명이 켜진다. 다음 승객을 위한 살균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현대모비스가 이번에 공개한 컨셉트 카 ‘엠비전 X’(M.Vision X)에 대한 설명이다. 엠비전 X의 특징은 처음부터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전제로 설계했다는 데에 있다. 비접촉 조작 방식을 적용하고, 바닥에 방수 타일을 깐 이유다. 부품 제조 업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려는 현대모비스의 사업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모비스가 31일 공개한 컨셉트 카 엠비전 X(M.Vision X)의 내부 모습. 현대모비스 제공
■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변신 현대모비스는 31일 경기도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현대모비스 전략 및 신기술 발표 컨퍼런스’를 열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미래차 기술을 발판 삼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뼈대다. 행간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현대자동차·기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정수경 기획부문장은 “밸류체인이 완성차 업체 중심의 수직적 구조에서 기능 중심의 수평적 구조로 변하고 있다. ICT나 소프트웨어를 필두로 한 신규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반도체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합친 일종의 통합 제어 플랫폼을 마련한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훨씬 복잡해진 제어 기능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직접 뛰어든다. 자율주행차 호출·공유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관제·수리·방역 등의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재승 기초선행랩장은 “(현재 협업 중인 러시아 얀덱스처럼) 다른 기업과 협력하거나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도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제조·판매를 넘어서 서비스로 나아간다는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31일 공개한 컨셉트 카 엠비전 X(M.Vision X). 현대모비스 제공
■ “PBV, ‘차량 공유’ 시대의 핵심” 이날 현대모비스가 처음으로 공개한 엠비전 X에는 이런 사업 구상이 담겨 있다. 엠비전 X는 완전자율주행을 전제로 개발 중인 4인승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다. PBV는 스케이드 보드 형태의 플랫폼에 다양한 차체를 결합한 차량을 가리킨다. 목적에 따라 여러 구조로 만들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PBV는 최근 자동차 업계가 눈독 들이는 아이템 중 하나다. 미래차 시대로 가면서 기존의 완성차·부품 업체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차량의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진화하면 제조·판매가 아닌 서비스에 초점을 둬야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PBV를 발판 삼아 물류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기아가 PBV를 중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까닭이다.
전통적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현대모비스는 특히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에 최적화된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엠비전 X는 승객이 차량을 이용하는 동안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360도 유리창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활용되는데, 전체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한편 각 자리의 화면을 따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모비스가 31일 공개한 컨셉트 카 엠비전 팝(M.Vision Pop)
함께 선보인 2인승 ‘엠비전 팝’(M.Vision Pop)도 마찬가지다. 승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차량에 ‘도킹’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바퀴는 180도 회전이 가능해 좁은 곳에서도 움직임이 용이하다. 도심에서 빠르게 이동해야 할 때, 또는 젊은 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에 맞췄다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을 공유하는 시대가 와도 어느 정도의 개인 맞춤형 옵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스마트폰 도킹이나 개별 디스플레이 등의 기능은 그런 니즈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