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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부채와 채무는 다르다”…기재부가 연일 ‘나랏빚’ 해명하는 이유

등록 2021-04-10 04:59수정 2022-08-18 15:32

[뉴스AS] 조 단위로 널뛰는 연금충당부채, ‘나랏빚’의 정의와 범위는?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천조원이냐, 847조원이냐.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정부 살림의 가계부라고 할 수 있는 재무제표를 발표한 뒤 나랏빚 해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나랏빚이 2천조에 육박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실제 정부가 갚을 돈은 847조원”이라고 반박합니다. 기재부는 ‘2020년 국가결산’을 발표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나랏빚’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다섯 차례나 냈습니다. 한 가지 이슈에 관해 정부가 짧은 기간 여러 차례 해명하는 일은 흔치 않죠. 홍남기 부총리도 페이스북에 ‘국가채무와 국가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실제로는 나랏빚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2020년 정부의 재무제표상 자산은 2490조2천억원, 부채는 1985조3천억원입니다. 이것만 보면 부채는 2천조원에 육박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아니라고 할까요. 부채 1985조3천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44조7천억원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인데, 바로 이 충당부채는 ‘정부가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핵심 주장입니다.

충당부채는 지출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말하죠.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국가가 장기간에 걸쳐(70년 이상) 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 시점에서 추산한 금액입니다.

문제는 재무제표에 ‘공무원·군인연금 수입’은 빠져있다는 겁니다. 공무원·군인연금은 국가에 고용된 공무원·군인이 낸 연금보험료와 이들을 고용한 주체로서 정부가 부담금을 내어 기금을 조성합니다. 매년 이들이 내는 기여금으로 연금수입이 조성되는데 이는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향후 지출해야 할 금액만 표시되는 것이죠. 연금충당부채 1044조7천억원은 실제로는 대부분 연금수입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니고, 따라서 ‘나랏빚’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는 게 정부 주장입니다.

기획재정부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도자료.
기획재정부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도자료.

하지만 정부 설명도 100% 맞는 건 아닙니다. 공무원·군인연금 수지는 수년 전부터 이미 적자가 시작돼, 매년 정부 재정이 3조~4조원 투입됩니다. 2018년엔 3조5천억원, 2019년엔 3조8천억원, 2020년엔 4조1천억원의 세금이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됐죠. 공무원·군인연금의 지난해 지출이 26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10%가 넘는 돈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적자 규모가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언제까지 정부가 “연금충당부채는 빚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사실 연금충당부채는 매년 국가결산이 발표될 때마다 언론과 기재부 간 공방을 주고받는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연금충당부채를 왜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걸까요? 확정되지 않은 잠재적인 부채도 기재하는 ‘발생주의’ 회계원칙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기재부는 “미래시점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13개 국가가 연금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기재합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는 주석에만 표시를 해두고, 다른 나라들은 연금충당부채를 써놓지 않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연금충당부채는 먼 미래에 지출할 돈을 지금 추산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금리 변수가 조금만 바뀌어도 금액이 수십조~수백조원씩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그만큼 추산이 정밀하지 못하다는 뜻이죠. 충당부채 규모 자체가 아니라, 운영수지 적자로 인해 실제 재정으로 보전하는 금액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하죠. 이 때문에 연금충당부채는 재정 건전성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지표로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7일 브리핑 자료를 내어 “공무원·군인연금 기여금의 자산증가를 함께 인식하지 않고 연금충당부채 규모만 파악한다면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며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재무제표상 부채는 재정지표 관리목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대신 정부가 실제 나랏빚이라고 하는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에다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를 결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국제기구도 일반정부를 기준으로 나라별 부채 규모를 비교합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846조9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44% 수준인데요. 일반정부 기준으로 하면 국내총생산의 48.7%(국제통화기금의 4월 재정점검보고서)가 됩니다. 5년 뒤인 2026년엔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69.7%로,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수치를 가지고 평행선을 달리는 것보다,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바탕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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