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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뱅 급성장에 긴장하는 은행들…“우리도 인터넷은행”

등록 2021-04-20 04:59수정 2021-04-23 09:45

[뉴스AS] KB·신한·하나·우리, 인터넷은행 검토
카카오뱅크 성장에 인터넷은행 경쟁 과열
금융혁신보다 비대면 금융 강화 전략
점포 축소 등 소비자 편익 부작용 우려도
왼쪽부터 케이비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사. 각 은행 제공
왼쪽부터 케이비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사. 각 은행 제공

최근 인터넷은행 업계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절차에 공식 착수했고, 세번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인가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주요 금융지주들도 당국이 허용하면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은행업계의 질적 경쟁을 자극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은행이 이제는 시장 규모가 커져 역으로 전통 은행들마저 뛰어들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쪽도 있지만,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인 금융혁신과는 상관없는 경쟁으로 흐를 우려도 제기된다.

■ 카뱅 자산가치 10조원 평가…우리금융지주 보다 높아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수요조사에서 5대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케이비(KB)·신한·하나·우리금융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이달 중 금융위원회에 이런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각 지주사가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한 인터넷은행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카카오는 증권업계에서 자산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인정받고 있다. 16일 기준 케이비금융지주의 시가총액(21조9천억원)보다는 작지만 우리금융지주(7조4천억원)보다는 높다.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자본을 더 끌어모으면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계좌 등록 제휴를 맺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끌어모으며 자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간편 송금 앱으로 출발한 토스(비바 퍼블리카)도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 7월 출범을 위해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각 지주사는 대표 은행이 있고 은행 앱을 통해 상당 부문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존 조직으로는 비대면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의 서비스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앱은 예금·대출·외환 등 여러 업무를 담아야 하는데 카카오뱅크 인터넷은행 앱은 주력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며 “전통 은행이 신속하게 인터넷은행과 경쟁해야 하는데 기존 앱으로는 대응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 기대보다 미흡한 혁신…오히려 점포 축소 우려도

인터넷은행이 많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수수료 인하, 금리 우대 등 서비스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한 전통 은행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든다고 해서 혁신이 더 촉진될 수 있다는 데는 의문의 시각이 많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시중 은행들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기존 담보대출 같은 영업 쪽에서 승부를 겨룰 것 같다”며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기존에 있지 않은 대출상품을 만드는 등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은행들이 카카오뱅크에 뺏긴 우량고객을 다시 찾아오는 경쟁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정보기술 기업들이 들어와야 금융혁신이 일어나는 측면이 있어 금융위원회도 더는 인터넷은행을 허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포용금융 측면에서는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인터넷은행은 축적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등 기존 은행이 소홀히 다뤘던 영역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금리 대출은 1737억원으로, 전체 대출(13조1256억원)의 1.3%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도 올해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혁신적으로 공급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중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소비자 편익 증진보다는 내부 구조조정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더욱 늘고 있는 비대면 금융을 육성하기 위해 조직의 중심을 인터넷은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은행을 새로 출범시키고 그쪽을 키워 기존 은행 사업을 축소해 오프라인 점포를 줄여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 효과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점포 수는 6405개로, 2015년(7281개)에 견줘 12% 감소했다. 시중 은행들이 비대면 금융 육성 전략으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오프라인 점포 축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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