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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에 몰아주기? 가족 공동지배?…삼성 지배구조 향방 주목

등록 2021-04-28 14:04수정 2021-04-29 02:42

이 부회장 지배력 강화땐 세금 늘어…법정 비율대로 상속 가능성도
‘유족간 합의 못했나’ 의문 제기에 삼성 “이견 없어, 조만간 마무리”
이건희 삼성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초삼성사옥에서 열린 '2010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하기 위해 건물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건희 삼성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초삼성사옥에서 열린 '2010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하기 위해 건물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상속인들이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발표한 유산 상속에 관한 발표 내용 중에서 정작 최대 관심 사항은 빠져 있었다. 유족들은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천억원을 보태는 것을 비롯한 의료 공헌용 1조원 기부와 2만3천점 남짓의 미술품 기증 계획만 밝혔을 뿐이다. 고인의 부인인 홍라희씨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가 유산을 어떻게 나눠가질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재계 안팎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유산 중 가장 큰 몫을 차지는 주식 분할은 국내 최대 그룹의 지배구조 변동과 직결될 수 있어 특히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족들 간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만간 원만하게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유족들간 불협화음 탓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 제기 가능성과 일찌감치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상속세 신고 기한(이달 30일)까지도 분할안에 대한 확정 발표는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부각하려 발표만 미뤘을 수도

사정이 이러다보니 상속인들간 주식 배분 구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상속세 신고 뒤에도 상당 기간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상속인들이 금융위원회에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20.76%)을 공동 보유하겠다는 내용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이미 제기된 바 있는 추정이다. 당시 재계 안팎에선 유족 간 분할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돌았다.

이 회장 별세(2020년 10월25일) 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이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은 사정을 고려할 때 지분 정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란 분석이 여기에 덧붙는다. 이 부회장은 충수염 수술로 지난달 19일부터 한 달 가량 병원에 입원한 일도 있었다.

상속인들은 이달 말까지 상속받은 주식 내역을 종목별로 과세 관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상속세 신고가 곧 유산 분할 비율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속인 사이에 분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일단 법정 상속 비율이나 잠정 합의한 방안대로 상속하는 것으로 신고한 뒤, 나중에 분할 비율을 정해 국세청에 수정 신고를 할 수 있다. 애초 예상과 달리 상속세 신고 기한까지 삼성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변동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협의를 마무리짓고도 발표만 미뤄뒀을 개연성도 있다. 이날 발표한 사회공헌 사실을 좀더 부각시킬 필요성을 고려했을 법하다는 점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기업분석 전문기관인 시엑스오(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지분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차후 공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지기 때문에 오늘 굳이 그 얘기까지 언급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측대로라면 지분 변동 사항은 5월 초쯤 공시를 통해 바깥으로 드러나게 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내부적으로 합의는 이미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며 “발표만 미루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뒀다.

 전자 지분 물산 등에 넘길 가능성은 사라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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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비롯한 유산 배분 방안이 미공개 상태로 남아있음에도 한 가지 확실해진 점은 있다. 유족들의 발표로 상속세 납부액이 ‘12조원 이상’으로 공식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주식 배분 구도를 둘러싼 세 갈래 시나리오 중 하나가 기각됐음을 뜻한다. 증권가에서 거론해온 절세 방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 등 법인에 넘기는 내용이었는데, 상속세 총액이 애초 예상 범위(12조~13조원) 안에 들어 있음에 비춰 이 방안은 아귀가 맞지 않는다. 법인 상속 비율이 늘어나면 유족들의 상속세 총액은 애초 추정치보다 크게 줄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도에 영향을 끼칠 유산, 특히 주식 배분 방안은 두 가지 가능성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몫을 늘리는 쪽이거나,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는 길이다. 법정 비율대로라면 부인 홍라희씨가 9분의 3을, 이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는 각각 9분의 2씩 몫을 차지한다. 이 부회장에게 몰아주는 선택을 한다면 삼성물산(17.33%)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그의 지배권이 한 단계 높아진다. 대신 부담해야 할 세금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총수의 지배력을 키우느냐, 세금을 절약하고 가족 지분을 통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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