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제 위기와 다르게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은 남성보다 여성, 미혼 여성보다 기혼 여성에 더 혹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6일 ‘코로나19와 여성고용, 팬데믹과 일반적인 경기침체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이슈노트에서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남성 고용이 더 큰 충격을 받는 경향이 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오히려 여성 고용이 더 악화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2월과 올해 1월을 비교하면 남성 취업자 수는 최대 2.4% 감소했으나 여성 취업자 수는 최대 5.4%까지 줄었다.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제조업, 건설업 등은 경기 변화에 민감해 일반적인 경제 위기에서는 남성 고용 시장이 훨씬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방역 조치로 대면 서비스업 등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 감소한 것이다. 감염병에 취약한 비필수직, 고대면접촉 일자리에는 남성보다 여성 근로자가 많다.
여성 중에서도 기혼이 더 힘들다. 학교 및 어린이집이 폐쇄되면서 육아 부담이 큰 기혼 여성의 노동 공급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30~45살 여성 취업자 수 감소 중 기혼 여성의 기여율은 95.4%에 달했다. 미혼 여성의 기여율은 4.6%에 불과했다. 미혼 여성 취업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6% 안팎 감소한 이후 6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 여성 취업자는 초기에 10% 가량 감소한 다음 1년 동안 회복이 부진한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가 오면 일자리를 잃은 남편을 대신해 생계에 뛰어드는 기혼 여성 취업자 수가 증가한다. 이 부분에서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은은 여성 고용의 향후 회복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남성과 여성의 육아 및 경제활동 분담이 늘어난 분위기와 근로 조건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및 고용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회복 과정에서 사라진 여성 일자리가 일정 부분 자동화로 대체될 우려도 있다. 이럴 경우 코로나19 이전으로의 고용 수준 회복이 힘들 수 있다.
한은은 “여성의 경력 단절이 장기적으로 인적 자본 손실, 잠재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부 맞돌봄 문화 확산, 유연근무제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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