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이 길밖엔… 전농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청회가 열리기에 앞서 이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펼침막을 펼치려 하자, 주최쪽 진행요원들이 이를 막으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교역 90% ‘무관세’ 목표…농민 등 반발 ‘가시밭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농민단체 등 일부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도 협상이 개시된다.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 3일 새벽 5시(한국시각)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고 2일 밝혔다. 관련기사 3·22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미국시각 2일 오후) 워싱턴 미국 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출범을 발표한다. 우리 정부는 이에 앞서 2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추진을 확정했다. 공식협상은 미국 국내법 절차에 따라 5월3일 시작되며, 행정부와 의회가 협의를 하는 이 기간에 한, 미 두 나라의 예비협의가 진행된다. 양국 협상단은 2007년 3월께 협상을 타결하고, 이듬해에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두 나라 교역품목의 90% 이상을 무관세화하도록 돼 있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농수축산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농업계의 반발 등 협상 과정에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국 요구대로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줄이기로 한 데 대해 문화·영화계도 이날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를 꾸리고 스크린쿼터 축소철회 투쟁에 나섰다. 김현종 본부장은 1일(미국시각)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농산물에 예외를 두는 방안에 대해 “모든 자유무역협정에는 예외가 있다. 민감품목에 대해선 예외를 요구해야 한다. 아예 (개방 품목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있고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모든 개방을 방어적으로 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공세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공청회’를 열었으나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중단됐다. 농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날 공청회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 추진 중단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자유무역협정 협상 추진을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낙농육우협회 등 8개 농민단체는 이날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강행하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계기로 아세안, 인도,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의 차례로 2007년까지 최대 50여 나라와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권태호 정세라 기자,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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