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발표된 국내 4대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 394억달러(한화 44조원) 중 가장 큰 몫은 삼성전자의 170억달러이다.
방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상회담 전날인 21일(미국 현지 시각)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밝히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처나 세부 투자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정보기술(IT) 산업에 대단히 중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 미국 기업과 동반 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고만 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오스틴(텍사스주) 공장 증설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3일 “이미 가동 중인 오스틴 1공장은 ‘구형’이며 증설로 생겨날 2공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최신 이유브이(EUV·극자외선) 파운드리 라인이 될 것이라고 다들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시설인 오스틴 공장을 199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공장 근처에 330만㎡(100만평)가량의 부지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 계획 발표 전에 텍사스 주 정부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협상을 벌인 바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5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결정했다”며 “이르면 올해 3분기에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 인프라(기반시설) 확충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2025년까지 74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지엠(GM)과 합작한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상회담 이전 엘지 쪽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테네시주 공장 터는 스프링힐 지역으로 연내 착공해 2023년 하반기에 양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미 건설 중인 오하이주 공장(제1 합작공장)과 함께 연100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지엠의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에스케이(SK)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구체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합작법인은 202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연간 6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셀(배터리의 기본 단위)과 모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스케이 쪽 신규 투자 규모는 30억달러 수준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이미 건설 중이다. 또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