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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사일지침 종료는 적대행위” 북, 한·미회담 9일만에 첫 반응

등록 2021-05-31 20:21수정 2021-06-01 02:39

‘조선중앙통신’ 개인 논평 형식
공식성·격 낮춰 대응 시간 벌기
“미, 한반도 주변 군비경쟁 조장” 비난
문 대통령 겨냥 “비루한 꼴” 막말도
2017년 7월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가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합참 제공
2017년 7월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가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합참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에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아흐레 만에 ‘개인 논평’ 형식의 첫 공개 반응을 내놨다. 불만을 드러내 한·미에 ‘신호’를 보내되, 발언 주체의 공식성과 격을 현저히 낮춰 ‘공식 반응’까지 시간을 벌며 선택지를 넓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중통)은 31일 한·미 정상회담 계기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발표에 대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다.

<중통>에 공개된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제목의 글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승인해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 글은 ‘인민 필독 매체’인 <노동신문>엔 실리지 않았다.

김명철은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미국”이라며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정책 기조들이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남조선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해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데 있다”며 “우리 주변나라들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비(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해보려는 것이 미국의 속심(속셈)”이라고 짚었다. 미사일지침 종료는 미국이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중거리핵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전 작업이자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을 일으키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김명철은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 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 연설에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 사례로 2019년 10월 북-미 실무협상 당시 북쪽 단장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하는 ‘제재·한미군사훈련·첨단무기반입’ 따위를 꼽았고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당대회 연설에서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남쪽에 요구하기도 했다.

김명철의 글은 북한 당국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발언 주체의 공식성과 격 측면에서 ‘공식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 대미 담화를 주로 발표해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당·정의 고위 인사가 아닌 ‘국제문제평론가’를 내세운 게 대표적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공식 직위나 직함에 따라서 발표된 글이 아닌 개인 명의의 글”이라며 “북한의 입장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철은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실명 대신 “남조선당국자”라 부르며 “설레발” “비루한 꼴” 따위의 비속어로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명철은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 주장했고, <중통>은 이 글의 영문본을 한글본보다 먼저 공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주된 표적은 우리가 아닌 미국인 듯하다”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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